과거 씻고 經協증진 악수-한국.베트남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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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20일 하노이에서 도 무오이 베트남 공산당서기장과 대좌한 자리에서는 과거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
75년 베트남 통일이후 하노이를 처음 찾은 한국대통령이기 때문에 월남전쟁이란 구원(舊怨)을 씻는 대화가 통과의례(儀禮)로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랐다.
金대통령은.긴밀한 협력의 파트너'가 되자고 강조했다.혁명 1세대지만 도 무오이 서기장(79세)은 95년4월 서울에 왔을때처럼 미래지향적 관계를 역설했다.
이 문제를 사전에 조율했던 청와대 관계자는“베트남측이 과거의상처를 들춰내는 것 자체를 원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회담은 역사적 의미를 찾기보다 바로 경제협력을 증진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두 정상은 90년 1억달러에 불과하던 양국 교역량이 92년 수교이후 급격히 늘어나 지난해 15억4천만달러(한국수출 13억5천만달러)에 이른 것을 놓고 얘기를 끌어갔다.
교역.투자에서 한국이 베트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나라별로 볼때 3위.투자는 21억9천만달러로 3백83개의 우리기업이 진출해 있다.올해의 경우 9월까지의 투자액은 7억4천만달러(3건)로 1위를 기록했다.
金대통령은 자동차.시멘트.발전소 건설,우리가 노하우가 많은 건설 수출,토지공사가 단독투자한 한국전용 공단설립등 문제를 거론했다. 도 무오이 서기장은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과 자금지원을끌어낼 수 있는 여러가지 협력분야를 제기했다.그는“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최우선적으로 중시하고 있다”고 방산(防産)등 군수분야의 협력까지도 가능하다고 나왔다.
그동안 개방을 꺼리던 통신분야의 우리 기업 진출,외환.한일은행의 하노이 지점개설 허가등 파격적인 호응자세를 보여주었다..도이 모이'(개혁)정책을 밀고가는 그로선 金대통령과의 회담 기회를 어떻게든 경제발전에 활용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었다.
이같은 회담내용을 볼 때 하노이에서 金대통령의 움직임은 장.
단기적 경제교류 확대와 협조 분위기를 확산하는데 큰 도움을 줄것이 분명하다.
도 무오이 서기장은 간접적으로나마 북한잠수함 침투사건을 언급해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측은 평가했다.
[하노이=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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