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한데볼’ 구원 투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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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롭게 한국 핸드볼을 이끌게 됐다.

대한핸드볼협회는 2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최태원 회장을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다. 전임 조일현 회장은 이날 사퇴했다. 최 회장은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 2개월을 포함해 2012년까지 협회장을 맡게 된다.

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핸드볼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 [중앙포토]

핸드볼협회에 따르면 최 회장은 핸드볼에 각별한 애정을 가져 왔다. 자신이 총수로 있는 SK그룹을 통해 수년째 국내 최대 규모 핸드볼 대회인 ‘핸드볼 큰잔치’의 타이틀 스폰서를 해 왔고, 2008 베이징 올림픽 때에도 거액의 메달 포상금을 내거는 등 남녀 대표팀을 후원해 왔다.

특히 올림픽 기간 중 베이징을 방문해 핸드볼 선수들을 응원했고, 대회가 끝난 뒤에는 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 대표 선수 환영행사를 열고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핸드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6년 12월 도하 아시안게임. 한국 여자핸드볼 팀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승 우승했다는 보고를 받고 핸드볼에 대한 지원을 결심했다는 게 SK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 회장은 이날 대의원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대리인을 보내 “런던 올림픽까지 가는 길에 SK가 마다하지 않고 돕겠다. 핸드볼 저변 확대와 인프라 확보, 유망주 양성 등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핸드볼 비인기 벗어나려나= 최 회장 선출 소식에 체육계와 핸드볼계는 환영 일색이다. 김진수 핸드볼협회 부회장은 “지난 7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탁구협회장을 맡은 데 이어 최 회장이 핸드볼협회장을 맡아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핸드볼을 한 단계 발전시켜 달라는 바람이다. 핸드볼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꾸준히 금메달을 따내는 등 ‘효자종목’이지만 막상 국내에선 비인기 종목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 실업팀이 생겼다가도 해체되기 일쑤였고, 그나마 일부 팀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있는 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회 주최 측에서는 경기장이나 스폰서를 구하는 데 항상 애를 먹고 있고, 최대 규모라는 핸드볼 큰잔치에서도 관중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다 보니 선수들의 처우는 열악해질 수밖에 없었고, 다른 종목으로 전환하는 유망주가 늘어나면서 선수층도 얇아져 가고 있다. 주요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러나 최 회장이 협회를 이끌게 되면서 재정 지원뿐 아니라 효율적인 업무 추진 등을 통해 한국 핸드볼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인기종목으로 탈바꿈할지 주목된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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