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할부심사 … 막막한 수입차 판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꾸준한 호황을 누려온 수입차 업계가 이달 들어 갑작스러운 한파를 맞고 있다. 매년 10∼12월은 연식 변경을 앞두고 진행되는 각종 판촉행사로 판매 대수가 늘어나는 시기지만 이달만큼은 많은 업체가 개점휴업 상태다. 차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금융경색으로 자동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캐피털회사들이 심사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조정했기 때문이다. 웬만한 신용상태로는 차 살 엄두를 낼 수 없는 수준이다.

일부 캐피털사들은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자동차 할부금융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 자동차 구입자 대다수가 할부를 이용하는 만큼 캐피털 업계의 긴축은 곧바로 자동차 판매에 직격탄이 된다. 특히 할부금융 없이 구입하기 힘든 수입차 시장이 먼저 얼어붙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 신용등급은 캐피털회사별로 10∼15단계로 나뉘는데, 지난달까지는 중간 등급까지 승인했다. 그러나 업체들이 이달 중순부터 기준을 강화, 최상위 1∼3등급만 승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수입차 등록 대수는 업체에 따라 적게는 20%, 많게는 5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등급 1∼3등급은 의사·변호사와 같은 고소득 전문직종이거나 대기업체 임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게 캐피털업계의 얘기다. 게다가 연소득을 웃도는 대출이 있거나 한 차례의 대출금 연체가 있을 경우 1∼3등급에 포함될 수 없다.

자체 캐피털회사를 운영하는 현대·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 등 국내차 업계는 그런대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BMW·도요타·닛산도 캐피털사를 직영하고 있어 아직은 여유가 있다.

국내 캐피털사를 이용하는 나머지 수입차 업체들은 한숨만 쉴 뿐이다. 올해 최다 판매 브랜드인 혼다차도 예외가 아니다. 혼다의 한 딜러는 “고객이 마이너스 통장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할부 혜택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코리아 조영완 부사장은 “이달 초에는 차가 잘 팔려 성수기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중순에 접어들면서 계약이 한산해졌다”며 “특히 법인 명의로 차를 리스하는 경우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막혀버렸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수입차업체가 직영하는 캐피털회사에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우리 것 소화하기도 힘들다”는 답변만 들었다.

설령 할부로 수입차를 구입하더라도 금리가 매주 치솟고 있어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초 7%대였던 자동차 할부금리는 6월 소폭 오르더니 이달 들어 매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캐피털회사들은 10.5∼12%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가장 싼 금리를 강조하며 출시한 SK에너지 엔크린닷컴도 금리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함께 새로 출시한 ‘엔크린-신한카드 다이렉트 할부금융’ 상품의 금리는 5.35%. 당초 다음 달 15일까지 이 금리를 유지하려 했으나 일정을 앞당겨 다음 달 초부터 인상된 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