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가난한 사람이 타는 것?' 인식 전환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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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최근 자전거 타기캠페인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유럽의 나라들처럼 ‘자전거=대중교통’이란 인식은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기름값을 아끼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인식에는 공감하면서도 막상 밖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오기는 망설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남구(구청장 맹정주)는 2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본관 311호실에서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자전거로 가는 길, 어떤 법률이 필요한가','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공용자전거시스템(Public Bike System)구축방안','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자전거교통체계 구축방안' 등의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의 토론이 벌어졌다.

◇ "빈민 계층이나 어린이 교통수단이라는 편견이 문제"=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신해 연구위원은 "현재 자전거가 활성화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자전거에 대한 시민 의식"이라며 "자전거 타기는 레저 스포츠의 영역이고 빈민 계층이나 어린이들의 교통수단이라고 인식되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자전거 타기 운동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인식을 전환하는 움직임을 대대적으로 실시했고 자전거의 실용성과 안정성 등을 부각시켜 ‘자전거=이동을 즐겁게 해주는 교통 수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 연구위원은 해외의 자전거관련 법과 제도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자동차의 일방통행로에서 자전거는 양방향 통행이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핀란드에서는 도시 지역 자전거 네트워크 조성 사업 등 자전거 이용비율이 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2001년 도로구조물법을 개정해 교통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도로의 건설·보수 과정 중 도로 측면에 자전거 도로를 함께 설치했다.

자전거 도로에 관한 조항을 따로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이 연구위원은 "자전거 도로를 '도로법'에 포함시켜 이용자가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자전거의 높이나 넓이·제동장치·조명 장치 등 구체적 제원이 명시된 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자전거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자전거손해배상보장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 "자전거 인프라 증가 위한 정책적 지원 절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첨단도로교통연구실 백남철 선임연구원은 "자전거를 공공화(Public Bike System)하기 위해서는 지역 특유의 특성에 맞는 계획뿐 아니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인프라 역시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1989년 프랑스 파리의 도로 사정은 차량도 불편하고 자전거 역시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2002년 이후부터 자전거 이용 인구가 급속도로 늘었다. 그 이유는 2001년 차도 위에 자전거 도로가 대대적으로 설치됐기 때문이었다. 파리 시는 자전거 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해 정책 철학을 만들어 이를 '문명인의 공간(Espaces Civiliss)’이라 칭했다. 백 선임연구원은 "현재 파리 시민들은 자전거 이용 환경에 대해 94%가 만족하고 있으며 이용자의 42%가 여성"이라고 전했다.

◇ "예산 투입 절실"=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결정적으로 늘어나기 위해서는 강요적 캠페인 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자발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재영 대전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전거를 타겠다'는 개인의 자발적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1만 명 당 4.5억 원을 투자할 때 우리는 200~1700만원을 투자하면서 자전거가 활성화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공간이나 자동차 정책과 연관시킨 자전거 활성화 연구도 필요하다. 그는 "자전거의 문제는 자전거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공간 및 자동차 정책에 대해 재검토를 해야 한다”며 “자전거는 자동차 교통과 같은 비중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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