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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혼잡料' 실패作 아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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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천원이 아까웠을까.아니면 화가 치민 때문일까.여하튼 서울시민은 2천원을 텅빈 터널로 대응했다.뛰어야 벼룩이란 말이 있듯「기껏 자가용을 타봐야 서민(庶民)」에 불과한 서울시민이 조순(趙淳)시장의 초강력 펀치 한방에 그냥 「넉아웃 」된 꼴이다.
이 결과를 서울시 당국자들은 연일 『혼잡통행료가 성공했다』며홍보하기 바쁘다.「2천원을 받으면 터널교통량이 6.9% 줄 것」이라는 사전예측과 달리 「60%가 감소한 엄청난 결과」가 나타났는데도 서울시는 성공이라며 희색인 것이다.지 름길 터널이 텅 비어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돌아가는 시민,승용차를 두고 택시를 타는 시민,부인.아이와 함께 타고 터널을 건너곤 되돌려보내는 시민,1시간이나 일찍 집을 나서는 시민,심지어 『에라,모르겠다』며 도주하는 시민등등.이처 럼 괴롭기만 한 서민들은 터널을 부잣길로 만든게 성공이라고 자평하는 서울시가 심히 못마땅하다는 투다.
서울시는 또 우회도로는 교통량이 늘긴 했지만 속도는 더 빨라졌다는 이상한(?)자료까지 내보이며 성공을 강조하지만 이 또한사전각본에는 없던 전혀 예측못한 결과가 아닌가.면제차로는 경찰반대로 무산되지 않았더라면 끝내 「웃음거리」가 됐을게 뻔했다.
서울시의 시행전(前)예측치는 이처럼 실제결과와 큰 차이가 있었다.이쯤되면 이번 결과는 적어도 서울시 당국자에겐 「성공이 아니라 큰 실패」였던 셈이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건 시장이 혼잡통행료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서울시는 그동안 혼잡통행료는 점(點)이 아니라면(面)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며 남산1,3호터널 실험운용,그 다음 점진적으로 도심경계.한강다리→시 계로 확대할 방침이었고,이를 위한 자동징수시스템도 검증(檢證)하는 중이었다.이 방침을 시장은 어떻게 시행 이틀만에,그것도 성공이라고 자평(自評)하면서,왜 바꾸었는지 궁금하다는 사람이 많다.
성공이든 실패든 이번 혼잡통행료 제도는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시민에게는 길을 막은 만큼 탈출구가 있어야 한다.기존 버스노선으로 승용차 인구를 흡수할 수 없다는건 서울시도 아는데 몇개 노선에 한두대씩 버스를 늘린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또 비싼 돈을 들인 터널을 계속 놀리는 것도 문제다.
돈을 받는 시간대를 조정하고,양방향보다 한쪽 방향만 받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서울시는 특히 한두 지점의 속도차이보다 시민 전체의 통행시간.거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 자료의 조사.분석체계도 개선해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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