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버스토리>안경테 의료품인가,공산품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서울 남대문시장은 의류뿐만 아니라 안경 값이 싸기로 유명한 곳이다. 남대문극장 주변을 비롯해 시장 곳곳에 2백여 점포가 들어서 일반 안경점보다 많게는 30%,적게는 20% 싼 값에 팔고 있다.이처럼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유명한 남대문시장 안경점포에 최근들어 큰 변화가 나타났다.
점포 안팎에 「개업기념 30%할인」「안경테 포함 2만5천원」등 예전에는 별로 볼 수 없었던 할인판매 문구를 큼지막하게 써붙여 놓았다.그렇지않아도 싸게 팔아왔는데 이보다 더 싸게 팔겠다는 것이다.
시장안에서 T안경점포를 운영하는 최모(43)씨는 『안경사협회의 로비사건이 터진 이후 안경점들이 폭리를 취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면서 『이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값을 인하했다는 광고를 붙여놓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안경 할인판매는 비단 남대문시장만의 현상이 아니다.일반주택가에 흩어져있는 안경점들도 남대문시장과 비슷하게 여러가지명목을 내세워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H안경점포의 박모(54)씨는 『김태옥회장의 로비사건은 사회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이나 협회 차원에서는 안경 값이 계속 떨어지는 사태를 막아보려는 자구책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을 계기로 안경의 가격파괴현상은 어쩔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안경시장은 연간 8천억원 규모를 형성하고있다.이 가운데 38%인 3천억원은 독일.이탈리아등에서 들여온 수입품이,나머지 62%인 5천억원은 국내 5백여개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이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이번 로비사건의 불씨로 지적되고 있는 가격파괴현상이 업계에 불어닥친 것은 지난 93년.아이맥스.아이마트.가이아.그린광학등전국의 20여개 대형점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들은 유통망 축소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안경가격을 파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일부 품목은 값이 싸기로 이름난 남대문시장보다 더 싸게 팔았다.
이가운데서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은 안경사의 기술료.협회측은품질보장을 위해서는 안경 제조에 대한 기술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즉 안경테는 1백분의 1만 좌우대칭이 맞지 않아도 외관상 이상하게 보일 뿐더러 신체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의료품으로봐야하며 이를 취급하는 안경사는 의사의 진료비처럼 마땅히 기술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산업연구원은 지난7 월 안경사의 기술료를 안경 한개당 3만1천원으로 산정했는데이중에는 기본인건비1만5천1백56원,특수전문직 기술수당 7천5백78원,의료용구 활용비 7천2백8원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일부 대형점들은 안경테는 의료용구가 아니라 공산품이며따라서 기술료라는 「거품」을 제거하면 값을 훨씬 낮출수 있다는논리를 펴고있다.정부는 이와관련,안경테를 공산품으로 유권해석을내렸으며 협회는 이를 의료용구로 돌려놓으려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사임하는 물의를 빚게 됐다는 것이다.
이효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