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가요 '주주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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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작금의 가요계를 놓고 한탄의 소리가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댄스가수 일변도로 치닫는 현상은 물론이고 가요차트 상위 10위안에 든 대부분의 곡들이 표절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반면 대중음악의 기간 장르라 할 수 있는 록음악은 대부분 언더그라운드에서 헤매고만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이런 구조는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없는 매우 왜곡된 구조라 아니할 수없다.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 혼성3인조 그룹 주주클럽의 등장은 한가닥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어 주목된다.
댄스가수 일변도와 록의 언더화 사이에 일종의 대안을 제시하고있다는 차원에서 참으로 반갑다.
주주클럽이 최근 머리곡으로 내세우고 있는 『16/20』이라는노래는 언뜻 삐삐밴드를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삐삐밴드가 비주류음악인 펑크록에 기반을 둔 것에 비해이들은 얼터너티브의 현대적 변형이라 할 수 있는 모던록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보컬리스트인 주다인의 뛰어난 가창실력은 더욱 차별화를느끼게 한다.
외국의 걸출한 여성 록보컬리스트인 앨라니스 모리세트나 크랜베리스의 돌로리어스 오리어던을 연상케 할만큼의 개성과 매력을 갖추고 있다.
아직 어설픈 무대매너라든가,더욱 힘있는 창법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에게 모아지는 시선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세계적 재즈 레이블인 GRP로부터 편곡실력을 인정받고있는 팀의 리더 주승형은 프로그래밍과 편곡,프로듀스 부문에서 높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컴퓨터를 주로 한 모던록 사운드와 우리 감각에 맞는 멜로디는 결코 어설픈 실력에서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이 곡 외에도 오프닝 트랙인 『공주병』 역시 제목에 걸맞은 독특한 창법과 센스있는 멜로디가 충분히 다음 히트곡으로 예상될수 있겠다.
그러나 몇몇 곡에서 카디건스나 뉴오더등의 반주기법 내지 리듬구조등을 차용한 흔적이 있어 다소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구석이없지 않지만 10개의 수록곡 전반은 분명 현대적 감각의 록음악을 표방함으로써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팝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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