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피플] 필리핀 출신 타구바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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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 필리핀 출신 장군이 추락하는 미군의 양심을 구했다'.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11일 일제히 이라크 포로 학대 조사를 담당한 안토니오 타구바(53.사진)소장을 '강직한 인물(straight shooter)'이라고 칭찬하고 나섰다.

포로 학대 실태를 은폐하거나 개인 차원의 문제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국방부 지휘부와 달리 타구바 소장은 포로 학대 실태를 낱낱이 밝히고 미 상원에서의 증언에서도 "지휘부의 잘못"이라고 시인했기 때문이다. 그가 3월에 작성한 53쪽 분량의 '타구바 보고서'는 미 언론에 유출돼 포로 학대 파문이 불거지는 계기가 됐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타구바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 속하지만 필리핀 사람들로만 구성된 부대원으로 일본군과 싸우다 포로로 붙잡혔다. 타구바 소장의 아버지는 그 뒤 일본군 포로 수용소에서 탈출해 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였고 전쟁이 끝난 뒤에야 귀향할 수 있었다.

1961년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이민 간 타구바는 72년 아이다호 주립대학을 졸업한 뒤 군에 들어갔다.

쿠웨이트에 주둔한 미 육군 제3군사령관인 데이비드 매키어넌 중장은 지난 2월 미군이 이라크인을 학대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자 부사령관인 타구바 소장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당초 상부의 지시는 헌병대의 비행 여부 조사에 국한됐지만 현장에 도착한 타구바는 문제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다. 하루아침에 영웅으로 떠오른 타구바 소장의 관운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육군의 꽃인 사단장을 거치지 못한 데다 향후 보직도 국방부 동원담당 부차관보로 내정됐다. 뉴욕 타임스는 이 보직이 영전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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