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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장관 과연 몰랐나' 아리송-안경테 로비 뇌물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성호(李聖浩)전 복지부장관 부인 박성애(朴聖愛)씨가 대한안경사협회 김태옥(金泰玉)회장으로부터 1억7천만원의 뇌물을 받은사실이 확인돼 李씨의 관련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조사결과 몰랐던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하지만 이같은 수사결과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뇌물을 남편 몰래받을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부터 뒤늦게 딱지어음을 준 경위등 이번 스캔들을 둘러싼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안경사협회가 정치인들에게도 돈을 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이 사건 수사는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왜 뇌물을 장관부인에게 주었나=안경사협회 金회장은 「의료기사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의 개정필요성에 대해 지난해 6월부터 주무부서인 李전장관과 5~6차례 만나 개정건의를 했으나 묵살되자 부인을 통해 로비하기로 마음먹고 李씨 비서관을 통해 지난해7월초 부인 朴씨를 소개받았다고 진술했다.
소개받은 장소는 金회장의 점포가 있는 서울천호동 신세계백화점내 안경점.
金씨의 집중 설득을 받은 朴씨는 안경사협회의 개정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게 되고 이후 金회장은 모두 세차례에 걸쳐 1억7천만원을 건넨다.
그러나 「장관이 수차례나 묵살한 시행령 개정을 부인을 통해 로비한다고 될 일인가」라는 상식적인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李전장관은 정말 몰랐을까=검찰은 부인 朴씨가 남편과의 연루여부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정황상 李씨가 부인의 금품수수 사실을 최소한 알고는 있었을 것으로 보고 추궁중이다.
아무리 통이 큰 사람일지라도 부인이 남편몰래 1억7천만원이란거금을,그것도 현금으로,더구나 명백한 이권청탁과 함께 받는다는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반면 검찰은 『李씨가 알았다면 3개월이면 부도날 딱지어음을 줬겠느냐.또 당시 돈이 부족해 급히 딱지어음을 줬더라도 李씨의사회적 신분이나 지위로 보아 이를 알았다면 문제화될게 뻔한데 부도가 날때까지 그냥 방치했겠느냐』는 설명도 가 능하다.따라서검찰은 이 부분을 명쾌히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 뇌물비리가 드러났나=사건이 불거진 것은 李씨의 부인 朴씨가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돈을 되돌려달라』는 안경사협회의 요구에 따라 지불한 약속어음이 부도난 것이 결정적요인으로 작용했다.
더구나 金회장으로부터 『안경사협회의 음해자』라는 비난을 받아온 黃영창 감사가 金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사건이 표면화됐다.
서울지검은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일반고소 사건으로 처리하려했으나 지난 2일 黃씨가 『당신(金회장)이 李장관에게 현금 1억원을 줬는데 되돌려 받은 약속어음이 부도났다는 부분에 대해 직접 복지부장관에게 사실 확인중이다.법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릴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金회장에게 보낸 사실을 확인하고 황급히 특수1부로 사건을 재배당했다.
◇金씨에게 받았다는 현금의 사용처는=朴씨는 검찰에서 『남편몰래 든 계가 깨지는 바람에 큰 빚을 져 이를 갚는데 전액 사용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같은 진술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朴씨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못한데다 장관부인이 거액의 계를 하고 더구나 여기서 큰 빚을 진다는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이 부분은 당시 계원들을 불러 조사하면 밝혀질 일이지만 검찰은 李씨가 지난해 12월 장관직에서 물러난후 4.11총선에 출마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신동재.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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