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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에세이] ‘책 읽는 나라’ 일본의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일본에서도 인터넷·휴대전화 보급이 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활자 이탈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서적출판협회에 따르면 책 매출액이 1996년을 기점으로 매년 감소해 출판업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폐간하는 잡지도 증가했다.

그럼에도 일본 내 지하철에선 책을 읽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손바닥만 한 문고판 등이 주류지만 만화책·주간지를 뒤적거리거나 휴대전화·단말기로 소설을 내려받아 읽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인의 독서 열기는 아직도 뜨겁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실제로 요미우리(讀賣)신문이 독서 주간(10월 27일~11월 9일)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54%가 최근 한 달 동안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한 달에 두 권 이상 읽은 사람은 14.6%, 세 권 이상도 10.4%나 됐다.

책을 읽는 이유로는 ‘지식과 교양 함양을 위해’(47%)가 가장 많았다. 그 밖에 ‘재미있어서’(32%), ‘취미를 살리기 위해’(27%), ‘일을 잘하기 위해’(22.4%),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기 위해’(15.2%) 등의 순이었다. 인터넷서점이 늘었다고 하지만 “서점에서 직접 고른다”는 사람이 49%로 가장 많았다. 남성들 사이에서는 역사소설이 최고 인기였고, 여성 독자들은 요리 관련 책을 가장 많이 봤다.

독자들의 독서 취향에 맞춰 일본 출판업계는 실용·교양서에 주목하고 있다.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재테크 등의 유익한 정보들을 담은 책을 부지런히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가치를 10배 올리는 시간투자법』 『돈은 은행에 맡기지 말라』 등은 1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이다. 일반 단행본 가격의 절반 이하인 700~800엔대 문고판 등을 늘려 어려워진 독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배려하고 있다. 대형 출판사인 이와나미(岩波)서점과 고단샤(講談社) 등이 연간 발행하는 중형 문고판은 2000종 이상이다. 독자들의 취향과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이들 책은 꾸준한 인기 속에 한 해 2000만 부 가까이 팔린다.

한국출판연구소가 조사한 ‘2007 국민 독서 실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25%가 1년 동안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우리 국민은 너무 책을 읽지 않는다’고 우려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사람들이 책을 찾게 만들어 ‘독서 강국 일본’을 이끌어 가는 일본 출판업계의 노력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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