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측 “페일린 불량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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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사진左) 대통령 후보 진영이 망가지고 있다. 선거일이 8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 대신 유권자의 빈축을 살 만한 일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케인 측근과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右의 갈등은 수면 위로 표출될 정도로 악화했다. 여기에다 매케인 동생인 조(66)까지 사고를 쳤다. 18일 워싱턴 외곽에서 필라델피아로 가던 중 고속도로에서 교통체증으로 차가 막히자 긴급구조대(911)와 경찰에 전화해 호통 친 사실이 드러나 형의 표를 까먹었다. 그는 “양쪽에 사과 편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와 CNN방송은 25일 페일린이 이제 매케인 진영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전했다. 매케인 측은 그런 페일린에 대해 “불량해졌다(going rogue)”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한다.

매케인 측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페일린은 디바(Diva·오페라의 주연 여가수)처럼 자신만을 생각할 뿐 다른 사람들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그와 우리 사이엔 신뢰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페일린은 매케인 캠프가 열중하는 ‘로보콜(Robocall)’ 에 대해 “짜증나는 선거운동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녹음된 전화 음성 메시지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비난하는 방식이다. 그는 또 매케인이 미시간주를 포기하기로 결정하자 캠프에 항의 메일을 보냈을 뿐 아니라 공개적으로도 “그러면 안 된다. 나는 포기 못한다”고 했다. 매케인 측은 그런 그의 행동을 “4년 뒤의 대선을 염두에 둔 이미지 관리”라고 의심하고 있다.

매케인 측에 대한 페일린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그는 매케인 선거캠프를 지휘하는 스티브 슈밋과 매케인 선임 보좌관 니콜 월러스를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두 사람이 페일린의 언론 인터뷰를 봉쇄했기 때문에 그런 불만을 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케인 측은 “페일린이 주요 현안을 너무 몰라 브리핑할 시간을 벌려고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기본 이슈에 대한 페일린의 이해 부족은 놀라울 정도”라며 페일린의 자질 부족을 부각하려 했다. 그러나 페일린 지지자들은 “대선 패배 책임을 페일린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라며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대선 때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정당에선 정·부통령 후보의 불협화음이 종종 노출됐다. 2004년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와 부통령 후보 존 에드워즈의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케리 측은 “에드워즈가 공화당을 공격하지 않고 몸을 사리는 건 자신의 앞날만을 계산하기 때문”이라며 괘씸하다고 생각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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