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와 CNN방송은 25일 페일린이 이제 매케인 진영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전했다. 매케인 측은 그런 페일린에 대해 “불량해졌다(going rogue)”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한다.
매케인 측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페일린은 디바(Diva·오페라의 주연 여가수)처럼 자신만을 생각할 뿐 다른 사람들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그와 우리 사이엔 신뢰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페일린은 매케인 캠프가 열중하는 ‘로보콜(Robocall)’ 에 대해 “짜증나는 선거운동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녹음된 전화 음성 메시지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비난하는 방식이다. 그는 또 매케인이 미시간주를 포기하기로 결정하자 캠프에 항의 메일을 보냈을 뿐 아니라 공개적으로도 “그러면 안 된다. 나는 포기 못한다”고 했다. 매케인 측은 그런 그의 행동을 “4년 뒤의 대선을 염두에 둔 이미지 관리”라고 의심하고 있다.
매케인 측에 대한 페일린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그는 매케인 선거캠프를 지휘하는 스티브 슈밋과 매케인 선임 보좌관 니콜 월러스를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두 사람이 페일린의 언론 인터뷰를 봉쇄했기 때문에 그런 불만을 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케인 측은 “페일린이 주요 현안을 너무 몰라 브리핑할 시간을 벌려고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기본 이슈에 대한 페일린의 이해 부족은 놀라울 정도”라며 페일린의 자질 부족을 부각하려 했다. 그러나 페일린 지지자들은 “대선 패배 책임을 페일린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라며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대선 때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정당에선 정·부통령 후보의 불협화음이 종종 노출됐다. 2004년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와 부통령 후보 존 에드워즈의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케리 측은 “에드워즈가 공화당을 공격하지 않고 몸을 사리는 건 자신의 앞날만을 계산하기 때문”이라며 괘씸하다고 생각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