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코트 '지각변동' 예고-外人용병시대 공식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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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국 남자농구 코트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용병 도입 때문이다.
1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선발전을 통해 프로농구 원년리그에 출전할 9개 구단중 7개 구단이 2명씩의 용병을 지명,용병시대가 정식으로 개막됐다.
용병 도입은 경기내용과 선수들의 경기력,살아남기 위한 치열한경쟁,국내선수의 몸값,스카우트 관행등 국내 농구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용병 수입과 함께 「선수들의 몸값을 하향책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월 1만달러(약 8백30만원)짜리 선수가 억대 몸값을 받는 국내 스타들을 압도할경우 충격파는 대단할 것이다.
꼭 필요한 선수를 국내에서 구하지 못했을 때 같은 유형의 용병으로 대체할 수 있으므로 유망선수가 대학에 재학중일 때부터 현금을 「베팅」하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우선 잡아놓고보는 관행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일 것이다.
한국 농구가 고집해왔던 경기스타일의 변화가 불가피하고,특히 취약한 인사이드 플레이의 보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1만달러짜리 선수가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느냐』고평가절하한다.
그러나 90년 전지훈련차 미국을 방문한 실업팀들이 미국 일반대학생들과의 경기에서도 이기지 못한 경험이 있다.
용병 도입에 대한 태도는 국내 선수들이 오히려 개방적이다.국내 최고의 센터 김유택(기아자동차)은 『국내 선수들의 수준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용병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우지원(대우증권)은 『경쟁상대가 생기므로 좋다.국내 선수들이당장은 힘들어도 살아남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 농구에 용병을 기용하는 나라는 일본.필리핀.
대만등이다.초기에는 용병이 코트를 장악,국내 선수들이 위축되는부작용이 있었지만 궁극적으론 경쟁력 강화와 전반적인 수준향상이가능했다.
물론 용병 도입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다.문화적 배경이 다른 용병들을 관리하는데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고 일부 포지션은 일시적으로 위축기를 맞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용병을 이용하느냐에 달렸다.용병의 운용여하에 따라 한국 농구는 발전의 계기를 맞을 수도,더 큰 절망에 빠질수도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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