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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코노믹스>혼잡통행료의 경제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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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금년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윌리엄 비크리는 혼잡통행료 이론의 선구자다.그의 인생 자체가 「길」과 인연이 많다.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과정을 끝낸 이후 근 60년 동안 그는 컬럼비아대학 교수로 외길을 걸었다.출근때 지하철에서 내려 캠퍼스까지 롤러스케이트를 즐겨 타던 「괴짜교수」였다.노벨상 수상통고를 받은 이틀후 그는 뉴욕북쪽 한적한 파크웨이 길가에 세워진 자신의 차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보스턴의 한 학회에 참석차 82세의 나이에 차를 몰고 가다 심장마비로 숨진 것이다. 그는 평생을 뉴욕의 교통혼잡속에 살면서 혼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골몰했다.1952년부터 그는 뉴욕시 교통당국에 두 가지를 줄기차게 권고했다.러시아워때 통행료나 요금을더 비싸게 매기는 피크타임 할증요금제가 그 하나다.통 근거리가멀수록 버스나 지하철의 요금을 높게 매겨 가는 누진요금제가 둘째다.이른바 혼잡통행료(congestion pricing)이론이다. 경제학에서 「혼잡」은 「부족이 도처에 널려 있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주인이 없고,서로간에 계약이나 타협이 없을 때」빚어진다.10인승 엘리베이터를 15명이 서로 타려고 덤빌 때 혼잡은 빚어진다.이를 피하는 방법은 줄서기다.10명만 타고 나머지 5명은 다음 차례를 기다린다.이 기다림 역시 비용이다.그러나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는데 따르는 비용보다는 싸게 먹힌다.
도심도로의 차량통행은 응분의 조세공과금을 낸 이상 차를 가진모든 이에게 자유다.그런데 한정된 도로를 너무 많이 이용하다 보니 서로간의 통행이 지장을 받고 통행을 하면 할수록 사회적 비용은 증가한다.줄서기처럼 누구에게 자제를 요구 할 수도 없다. 경제적 해결책은 가격정책밖에 없다.비크리의 논지는 명쾌하다.『비싼 통행료를 물면서도 지나다녀야 할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만 지나다니게 하자』는 것이 그 첫째다.비싼 요금을 물림으로써우회도로로 돌아가거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통근 자들에게 상대적 위안이나 사회적 참을성을 심어 주는 효과가 그 둘째다.뉴욕시 당국은 정치적 이유등으로 그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도심진입통행료 부과,워싱턴.런던등 세계주요도시들의 지하철요금체계는 그의 아이디어에 서 비롯됐다.비크리는 통행료를 걷는 과정에서 또 다른 혼잡이 예상되지만 전자감지장치가 차체에 붙어 자동차가 멈추지 않고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날이머지않을 것으로 63년 예언했다.이 장치는 이미 실용화되고 있다. 남산 1호 및 3호터널의 혼잡통행료는 하나의 사회경제적 실험이다.돌아갈 수 있는 우회도로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등 대안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혼잡통행료를 내고도 다닐 사람은 계속 다니는 시민들의 경제 마인드도 필수적 이다.
2천원이 무서워 모두 우회도로로 몰린다면 혼잡의 이동밖에 안된다.대체수단이 없어 요금을 물고도 너도나도 몰려 든다면 공과금 하나가 추가되는 결과밖에 안된다.
조순(趙淳)서울시장은 「포청천시장」이기 이전에 경제학자다.서울의 혼잡을 푸는 그의 경제학적 처방이 갈수록 궁금해진다.

<경제담당국장> 변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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