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불안 여대생들 우울증에 시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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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해 명문 사립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李모(24)씨는 2주전부터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 1주일에 두차례씩 정신과 치료를 받고있다. 잇따른 취업 실패에 충격을 받아 「짜증 덩어리」로 변해버린 李씨가 최근 들어 불면과 정신불안등 우울증 증세가 악화되자 가족들이 반강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한 것이다.
李씨는 10여 군데에 취업원서를 제출,2개 회사에서는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결국 탈락해 이젠 거의 취업을 포기한 상태다.
Y대 영문과 4학년 K(22)양은 올초 인턴사원 채용시험에서두번 탈락한 뒤 우울증 증세를 보여 교내 상담소에서 개설한 8주간의 대인불안상담과정에 참여했으며 올해 S대 의상학과를 졸업한 朴모(23.여)씨도 8개월전부터 정기적인 정 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취업을 앞둔 대졸여성및 여대생들이 이처럼 우울증.사회공포증등각종 정신질환을 호소하며 정신병원이나 대학내 학생상담소를 찾는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더욱이 경기침체 여파로 50대 대기업의신입사원 채용규모가 예년에 비해 줄어드는등 기업들의 전체 채용이 크게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여대생들의 취업난이 가중되는 바람에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
정신과 전문의 이범용(李范鎔)씨는 『매월 평균 3~4명의 여대생들이 취업실패 또는 취직불안에서 비롯된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고 있다.
정신과 치료를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취업과 관련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여대생들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는 여대생들은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거식증과 대식증을 포함한 신경성 식욕이상.불면증.소화장애.고립감.무기력 증세와 급작스런 자율신경계 이상증세가 나타나는 공황장애를 보이고 있다.심할 경우 충동적 자살이나 자해행위를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6월 취업을 앞두고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던 A대 경영학과 4학년 K(22.여)양은 『취직할 자신이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었다.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李那美)씨는 『자신과 사회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명문대 여학생일수록 심각한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남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냉철하게 판단,그에 걸맞은 직업을 갖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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