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생각합니다>사전심의위헌 헌재결정 극장문화확립 전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공연윤리위원회의 영화 사전심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충격적이었다.그 충격은 「현실을 너무 앞지른 예상밖 결정」이라든가 「공륜의 존재를 부정하는」데서 온 것이 아니라 공륜의 영화사전심의가 폐지된 후에 발생할 「영상문화의 무 정부」상태를 염려해서다.
「공륜」은 그동안 날로 기승을 부리는 영화의 에로화.폭력화를사전에 차단해 청소년을 보호해 왔다.「공륜」이 대중문화의 건전한 기틀을 마련하면서 최소한의 도덕률을 유지하고 청소년을 보호해온데 대해서는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그 동안 「공륜」의 노력과 공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그런데 하루 아침에 영화의 사전심의가 폐지된다면 퇴폐.에로물과 잔인.폭력물이 홍수를 이룰 것이고,여기에서 파생되는 청소년 범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후심사로 고발.제재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사후약방문일 뿐더러 지금까지 관례로 보아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의심스럽다.더욱이 영화의 등급제를 실시하려면 포르노영화 상영관을설치해야 하는데 포르노영화상영관 상설은 영화관의 문 제로 끝나지 않는다.포르노영화상영관이 들어선 지역은 술집이 들어서고 유흥가가 자리잡는등 완전 슬럼화돼 도시문화의 퇴폐를 한층 부채질할 것이다.이런 점에 비춰 영화등급제 실시에 앞서 제도적 보완과 영화계의 준비가 선행돼야만 한다.아무 런 준비도 없이 영화등급제가 실시돼 저질영화들이 영화관에서 상영된다면 범람하는 저질문화에 무엇으로 대처할 것인가.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을 범죄의 유혹에 그대로 넘길 것인가.또 영화등급 제도의 실시에 앞서 극장문화도 확립해야 한다.
김 화<영화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