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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매케인 누가 대통령 돼도 예산 삭감은 불가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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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22면

2009년은 미래전투시스템(FCS)에 아주 결정적인 해다. 미 의회가 2006년 ‘FCS를 계속 추진할지 2009년 결정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미 언론은 ‘가느냐 멈추느냐(go or not go)’ 상황이라고 전한다.

美의회 끊이지 않는 논란

FCS는 그동안 과도한 개발 비용과 기간 문제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FCS에는 2000억 달러가 든다. 지원에 필요한 고속 라디오, 무선 네트워크, 인공위성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800억 달러는 제외한 규모다. 더딘 개발 속도도 문제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3월 FCS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조사 대상 44개 FCS 관련 기술 중 개발 완료된 것은 2개, 완료에 근접한 경우는 30개에 지나지 않았다.

일단 미 상원은 8일 2009년 회계연도 국방예산으로 6125억달러를 승인했다. FCS와 관련해선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원안에 별 수정을 가하지 않았다.
FCS의 운명은 최근의 금융위기와 미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구제금융에 7000억 달러가 투입되면 아무래도 국방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와 펜타곤이 제로섬 게임 관계가 된 것이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이자 굴지의 군수업체인 보잉사의 제임스 맥너니 회장은 2일 직원들에게 “금융위기가 국방비 지출에 언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대선 결과도 중요하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 누가 돼도 국방비 지출 수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규 무기 개발 사업 비용은 삭감이 확실하다. 문제는 삭감의 폭이다. 비관적인 분석에 따르면 FCS 개발 예산은 반 토막 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3일 “매케인이 당선되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래 가장 군 상황에 정통한 대통령이 백악관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의 당선이 군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국방부 내부에서 제기된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군은 친공화당이었다. 그러나 매케인은 군 내부를 잘 알기 때문에 군이 민간 정치인들에게 써먹던 ‘수법’들이 통하지 않는다.

매케인은 특히 FCS에 대해 "돈이 너무 든다. 예산을 깎아야 된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그래서 차라리 군을 잘 모르는 오바마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FCS에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오바마도 수정하자는 입장이다. 그 돈으로 의료 시스템과 처우 개선, 기존 무기 추가 구입을 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FCS를 둘러싼 군 내 갈등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이 치르게 될 미래전의 상대가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첨단 기술과 무기 체제를 가진 국가인지 게릴라전을 하는 테러집단인지 의견이 갈린다. 특히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장교들 중 일부는 FCS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떨어져 싸우는 FCS의 전제와 달리 현실에선 근거리 전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FCS는 911 테러 이전에 개발이 시작돼 미국이 이슬람 과격주의자들과 치르고 있는 장기전(Long War)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내년 2월 미 의회의 FCS 검토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과연 FCS가 계획대로 완료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최근 국방부는 FCS를 지원할 차세대 군사용 인공위성 사업자 선정을 내년으로 연기해 분위기가 더 어두워졌다. 미군의 입장은 미국 무기 체계가 냉전 시기에 개발된 노후화된 장비로 구성됐기 때문에 비용이 들더라도 현대화·첨단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FCS 개발은 이미 3분의 1 정도 진척됐다. 개발된 FCS 장비의 성능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CS계획이 도전받은 것도 처음이 아니다. 예기치 않은 각종 사태에도 불구하고 FCS 계획은 계속 진행됐다. FCS 개발에는 41개 주에 걸쳐 550여 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각 지역의 유권자 표심과도 깊숙이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전면 무효화는 쉽지 않다. 따라서 폐기보다는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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