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모두를 위한 식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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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재 세계 기아(饑餓)인구는 8억명에 달한다.이중 2억명은 5세이하 어린이들이다.지난해 세계에선 신생아 8천7백만명이 태어났다.이들을 먹이자면 매년 2천8백만의 곡물증산이 있어야 한다. 미국 환경단체 월드워치 대표 레스터 브라운은 올해초 『누가 중국을 먹여살리는가』라는 책을 펴냈다.이 책에서 그는 2030년 중국은 2억7백만~3억6천9백만의 곡물이 부족하게 될 것이며,이 때문에 세계는 식량재난을 겪을 것이라고 전 망했다.
식량문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곡물수입이 1천만 늘 때마다 세계 곡물가격이 0.1~0.2%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90년대 들어 세계는 식량부족시대를 맞았다.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곡물생산은 18억9천만으로 전년비(比) 5천8백만이 줄었다.재고율도 크게 떨어졌다.지난 5월엔 최저안정선인 60일분에 크게 못 미치는 48일 분을 기록했다.FAO는 2030년 세계인구를 90억명으로 가정하고 현재의75%이상 식량증산이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세계 주요 식량정책기구들은 2010년까지 곡물생산이 23억~24억으로 늘어나 수급에 지장이 없다고 본다.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와 의견이 다르다.지구온난화.물부족.농경지의 공업용지전환등으로 농업이 위축되고,비료농법의 식량증산이 한 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불공평한 배분도 큰 문제다.수확량만을 놓고 보면 지금도 기아란 있을 수 없다.하지만 현실은 다르다.전체 곡물생산중 그 자체 식량으로 소비되는 양은 절반인 9억에 불과하고,나머지는 가축사료로 사용되거나 아니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포식(飽食)과 기아의 병존(竝存)이란 부조리는 식량문제의 핵심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식량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쌀을 제외한 주요곡물자급도에서 밀 1%,옥수수 5%,콩 36%에 그친다.그런데도 식량낭비가 의식없이 저질러지고 있다.최근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는 젖은 쓰레기문제는 그 대표적 사례라 고 할 수 있다. 오늘부터 17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모두를 위한 식량」을 슬로건으로 세계식량정상회의가 열린다.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인 식량문제를 해결,기아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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