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미세먼지, 당뇨·고혈압에도 치명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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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15면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 세 배 수준까지 올라갔던 20일, 직장인 심모(48)씨는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엄습해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응급조치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의사가 하는 말에 그는 아연했다. 대기오염이 심할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가급적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를 받았던 것. 평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흡연에 대한 경고는 무수히 들어온 심씨지만 미세먼지가 심장질환의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다.
 
겨울철 미세먼지와 황사는 다르다
15일 시작된 수도권 지역의 높은 미세먼지 농도는 일주일가량 유지되다 다행히 수그러들었다. 가장 높았던 19일 미세먼지 농도는 188㎍/㎥을 기록했다. 평소 서울의 대기 미세먼지 농도는 51∼100㎍/㎥ 수준이다. 하지만 늦가을에서 동절기에 이르는 기간의 미세먼지 농도는 수시로 101~150㎍/㎥을 오르내리고, 심한 경우 200㎍/㎥을 넘나들기도 한다. 이는 한반도의 대기가 안정된 상태에서 약한 풍속과 안개 등으로 오염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표면에 정체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는 최대 직경이 10㎛(1000분의 1㎜)보다 작은 입자(PM-10이라고도 함)를 말한다. 직경이 2.5㎛ 이하면 극미세먼지로 부른다.

미세먼지는 크기에 따라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다르다. 황사의 경우 입자의 평균 크기가 10㎛. 따라서 공기 중에 부유하는 시간이 짧다. 하지만 극미세먼지는 대기 중 부유 수명이 일주일에서 한 달가량 된다. 그만큼 오염의 영향권이 넓게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비 온 뒤에도 대기 중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극미세먼지다.

미세먼지의 발생원은 대부분 경유를 사용하는 차량이다. 전체 미세먼지 발생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가솔린 차량과 산업용 보일러, 쓰레기 연소, 건설 현장에서도 발생한다. 최근 서울 도심 일부 지역에서 차량 통제 후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 미세먼지 9%, 이산화질소 8%, 일산화탄소 20% 저감 효과를 나타냈다.

호흡기·심장병엔 치명타
미세먼지 농도와 질병 발생률의 상관관계는 극명하다. 미국암협회 자료에 따르면 극미세먼지가 10㎍/㎥ 상승할 때마다 사망 위험률은 8∼18%씩 증가했다. 특히 미세먼지는 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부정맥·심부전 등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자의 증가율도 높인다.

호흡기질환자 중에서도 치명적인 사람은 산소 교환장치인 폐포(허파 꽈리)가 망가진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자(COPD). 미세먼지는 코털과 기관지 섬모 등 이중 차단장치를 뚫고 폐까지 침투, 이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천식환자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기압이 낮은 날이 계속되면 대기가 정체돼 미세먼지와 함께 질소화합물이나 이산화황·일산화탄소 등이 함께 떠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심장질환자에게도 직접적인 위험 요인이다. 미세먼지가 폐와 기관지에서 염증성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만들어 내고, 이 물질이 실핏줄을 타고 심장혈관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극미세먼지는 직접 실핏줄을 타고 혈관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가천의대 호흡기내과 정성환 교수는 “크기 0.1㎛ 이하의 미세먼지는 혈액 내에서 응고의 핵이 돼 피를 굳게 하며, 이것이 결국 혈액순환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의한 사망자 중 31%는 동맥경화로 인한 심장질환이 직접적 사인(死因)이었다.

낡은 옷이나 책에서도 발생
서울시는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행동요령을 크게 6단계로 나누어 권고하고 있다. 건강에 위해를 미치는 수준은 3단계인 100㎍/㎥ 이상이다. 예컨대 101~150㎍/㎥ 단계에선 호흡기 또는 당뇨·고혈압 등의 심장질환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또 151∼200㎍/㎥ 수준에선 노인·어린이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 200㎍/㎥ 이상에선 일반인도 옥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나들이해야 할 때는 먼지 차단 마스크를 사용한다. 마스크는 성능시험을 통과한 제품을 고른다. 산업안전공단의 ‘검증필’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의약외품’ 표시가 있는 것을 선택한다. 귀가 후 손을 씻는 것은 물론 옷을 털어 먼지가 집 안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하도 또는 지하에서 작업하는 사람도 미세먼지에 유의해야 한다. 먼지가 외부로 빠져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집 안 역시 미세먼지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하나이비인후과 이상덕 원장은 “미세먼지는 외부에서 들어오기도 하지만 낡은 옷이나 오래된 책, 주방의 연소기 등에서도 많이 발생한다”며 “집 안 청소를 할 때는 청소기보다 물걸레를 사용해 작은 틈새를 골고루 닦아줄 것”을 당부했다.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는 큰 차이를 보인다. 조사에 따르면 차량 소통이 많은 서울역·동대문·영등포·신촌 등에서 높게 나타난다. 그날그날의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미세먼지예경보센터(http://dust.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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