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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어린이책] “머리좋고 잘 생긴 아이 판매” 비난받을 일만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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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내가 유전자 쇼핑으로 태어난 아이라면?
정혜경 지음, 뜨인돌
184쪽, 9500원, 청소년·성인

 “긴 다리에 작은 얼굴, 큰 눈과 오똑한 코를 000만 원에 가져가세요. 우울증 염려 없는 밝은 성격과 뛰어난 집중력은 이달부터 패키지 세일 시작합니다.”

저자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미래의 한 ‘시장’이다. ‘유전자 쇼핑’에 대한 얘기다. ‘사람이 사람을 빚을 수 있는 시대가 곧 온다’ ‘기술적 문제는 언젠가 해결된다’는 것이 전제다. 부모들은 미래에 태어날 자식의 좋은 특징을 골라서 사기 위해 시장에 나올 것이고 자신의 복사본을 만드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지금은 논쟁이 뜨겁다. 생명공학에 대한 논의는 철학적·종교적·사회적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고 찬성과 반대 진영은 나름대로 탄탄한 논리를 갖추고 있다. 사람을 ‘개량’하는 것은 독일 나치 정당이 좋은 유전자만 남기려 했던 비인간적 시도를 반복하는 일일 수도 있고, 반대로 인간의 가능한 불행을 미리 제거하는 일일 수도 있다. 유전자 쇼핑을 무조건 반대하는 일은 18세기 제너가 천연두를 치료하기 위해 소의 고름에서 짜낸 우두를 인간에게 접종했을 때의 어리석은 비웃음과 같은 것은 아닐까?

찬반이 뚜렷한 만큼 하나의 결론이 불투명한 지금, 비과학자인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나치 정권, 제너, 복제양 돌리, 시험관 아기 등 과거의 일에서 배우고 생각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좋았던 시도와 좋지 않았던 결과를 분리하고 고치면서 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와 칸트의 의무론까지 다시 들춰본다. 과거의 사례와 튼튼한 철학이 생명공학의 부작용에서 우리를 지켜내리라는 믿음이다.

과학사와 현대생물학사를 전공한 과학자로서 저자는 과학 용어를 쉽게 풀어놨다. 낙관과 비관을 비슷한 비중으로 섞어놓아 청소년들이 두 가지 입장에서 논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왔다. 무엇보다 역사는 물론 최근 기사와 영화까지 넘나드는 풍부한 사례와 쉬운 문장이 책 읽는 속도를 빠르게 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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