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국 제2차 하시모토정권의 인맥.돈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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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에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총리는 「죽도(竹刀)」스타일의 정치인이라 불린다.그는 검도 5단이다.성격이 급하고,맺고 끊는게 분명해 타협과 원만함이 중시되는 일본 정치판과는 거리가 있다.하시모토는 그러나 「이치.류(一.龍З 」대결이라 불린 이번 총선에서 정계의 황태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신진당 당수를 꺾었다.변화를 바라는 일본 유권자들이 막후조정에 능한 뚝심의 오자와 대신 밝고 깨끗한 이미지의 그를 선택한 것이다. 하시모토는 일본 자민당의 본류인 다케시타(竹下)파의 적자면서도 이전 거물들과 색채를 달리한다.12선이라는 오랜 정치생활과 총리.대장상.통산상.운수상.후생상등 「양지만 밟고 다닌다」는 시샘을 들을 정도로 화려한 경력에 비해 측근과 맹우(盟友)는 별로 없다.오히려 미키 캔터 미 통상장관을 비롯,외국에더 많은 지기(知己)가 있을 정도다.
일본 정치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러한 하시모토가 개혁에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하시모토는 지난해말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뒤 자민당 원로들의 반발을 받아가면서 가토 고이치(加藤紘一)간사장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정조회장등 50대 를 당3역에임명했다.하시모토는 이번에도 불법 정치헌금 혐의로 코너에 몰린가토를 재임명하는등 기존체제를 유지했다.하시모토는 대신 정략에능한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69)를 계속 관방장관에 임명,노.장세력을 적절히 견제하고 있 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총리는 미쓰비시총합연구소,다케시타는 노무라총합연구소등 역대 일본 거물정치인들은 민간연구소에 주로 정책을 자문했다.반면 하시모토의 최대의 자문기구는 관료다.자신의 각료 경험을 바탕으로 주로 통산성.후 생성 관료들에게 정책을 자문하는 것이다.그러나 개인적으로 전략가인 세지마류조(瀨島龍三)이토추 고문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어 고도의 국가전략은 세지마에게 자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밖에 재계와의 관계는 동향 출신인 하시모토 도 오루(橋本徹.전국은행협회연합회장) 후지은행사장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후생상 시절 맺어진 무라세 도시로(村瀨海郎)일본의사회장과의 교류를 통해 후생족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시모토는 2세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재산은 그다지 많지 않다.지난해 9월 재산공개때 토지.건물.유가증권을 합해 1억7백11만엔을 신고했다.
그러나 정치자금 모금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93년에는 8억5천만엔을 모금해 압도적 1위를 차지,지난해말 자민당총재 경선때도 풍부한 정치자금을 바탕으로 압승을 거뒀고 지난해도 4억7천만엔을 모금해 전체 정치인 가운데 3 위를 차지했다.에이즈 약화(藥禍)사건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업계는 재계와 함께그의 주요 자금줄로 알려져 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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