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미술품값 천정부지-美.日人소장 걸작품 다투어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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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의 고미술품 가격이 해외 경매시장에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90년 이후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의 쌍두마차격인 뉴욕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 1백만달러 이상을 받은 작품만 예닐곱점에 이른다.지난달 31일 크리스티에서 경매된 17세■ 초 조선시대백자철화용문 항아리의 경우 아시아 미술품 가운데 최고 가격인 7백65만달러(약 63억5천만원)에 팔렸다.크리스티측에 지불한수수료까지 포함하면 8백41만7천5백달러의 엄청난 가격이다.한쪽에 금이 가있는 「결점」 따위는 문제되지도 않았다.종전 최고가격은 94년4월 역시 크리스티에서 경매된 15세기 조선 청화백자 보상당초문 접시의 2백80만달러였다.이처럼 한국 고미술품의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우선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기 때문이다.크리스티의 한 관계자 는 『과거 한국의 고미술품은 최고의 걸작으로 꼽을 만한 것을 구하기 어려웠으나 최근 들어서는 드물지않게 나타난다』고 말했다.그는 『이번의 항아리도 1백년안에는 다시 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물건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영길 뉴욕문화원장은 이와 관련,『앞으로도 7~8년간은 한국의 뛰어난 고미술품이 해외 경매시장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예상했다.한국의 고미술품을 많이 구입했던 일본인들과 미국인들이이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즉 미국인들은 연령 상 사망할 때가돼 죽기전 이를 처분하려는 1세들이나 이를 상속받은 2세들에 의해 상당수 작품이 경매에 부쳐지고 있으며,일본인들은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고미술품을 현금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가격상승의 또 다른 이유는 해외의 한국 고미술품을 국내로 회수하려는 국내 재력가들의 경쟁 때문이다.이번 항아리 경매의 경우 응찰자 80~90명 가운데 30여명이 한국에서 온 딜러였다.경매는 최초 50만달러에서 시작됐는데 가격이 3 백만달러에 이르자 서울 인사동의 거물 딜러 李모씨와 전화로 경매에 참여한다른 응찰자 두명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손을 뗐다.이들은 10만달러,다시 20만달러 단위로 계속 가격을 끌어올리다가 전화 응찰자가 7백65만달러를 제시하자 7 백60만달러까지 불렀던 李씨가 마침내 손을 들었다.
당시 경매에 참가했던 재미 골동품상 강금자(康琴子.55)씨는『모든 딜러들이 전화 응찰자는 한국의 대기업을 대신한 딜러이며,그 대기업은 미술에 관심이 많은 S그룹이라고 생각하는 것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S그룹 뉴욕 현지법인의 고위 관계자는 『전혀 아는 바없다』고 말했다.크리스티 관계자는 『본인들의 요구에 따라 출품자와 구매자의 신분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출품자가 일본인은확실히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영길문화원장은 『한국의 고미술품이 다량 출시되는이 시기를 이용,귀중한 문화재를 국내로 회수하는 것은 오히려 장려해야 할 사항』이라며 『「해외 골동품 회수를 위한 한시법」같은 것을 만들어서라도 구매자들이 국내법 때문에 행동에 제약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뉴욕=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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