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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왜해야하나>일본의교훈 上.통신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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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요즘 일본경제의 최대 주제는 규제완화다.일본의 경제성장이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규제에 있으며,따라서 이를타개 할 수 있는 최선이 처방은 규제완화라는 것이 일본 스스로의 진단이다.도대체 왜 이같은 규제완화가 필요한지,3회에 걸쳐구체적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편집자註> 규제와 경쟁 도입에 따른 결과를 일본 통신시장만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다.
경쟁이 도입된 일본 시외전화요금은 지난 11년동안 68% 떨어진 반면 NTT의 독점이 유지된 시내전화 기본료는 같은 기간오히려 13% 올랐다.시내공중전화요금도 10엔에서 30엔으로 3배나 인상됐다.
시내전화.공중전화요금에는 시장논리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순전히 NTT의 경영상태에 따라 요금이 결정된 결과다.
미국 AT&T가 일본 콜백 서비스(전화요금이 싼 나라에서 거꾸로 발신자에게 전화를 걸어주는 제도)시장 참여를 선언한 지난달 29일 일본 KDD는 초상집 분위기였다.일본에서 KDD를 통할 경우 미국과의 3분간 국제전화요금은 4백80 엔.그러나 AT&T의 콜백 서비스를 이용하면 2백40엔에 불과하다.꼭 절반값이다.최근에는 단축버튼까지 개발돼 걸때의 번거로움도 없어졌다. 올해 일본경제백서는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경제의 이중구조를 꼽았다.전자.자동차등 수출위주 기업과 달리 농업.통신분야등국내시장 위주로 성장한 기업의 생산성이 크게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말 NTT의 분할론이 유야무야된 것도 NTT 노조의 반발과 이를 의식한 정치권의 눈치보기 때문이었다.노조에 뿌리를 둔 사민당이 결사반대했고 이에 따라 자민당과 우정성도 밀어붙이지 못했다.
『통신은 국가안보에 관계되는 기간산업』『지나친 과당경쟁이 우려된다』며 높이 쌓아올린 담속에서 일본 통신업계는 일거에 무너져내릴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정치권과 관료들이 과당경쟁까지 우려해주는 친절은 필요없다.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은 항상 새로운시장을 창조한다』(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세라회장)는 반론이 거세지고 있다.게다가 외국기업들도 규제완화 공세에 가담하고 있다.
AT&T는 올해 주요사업으로 각국 정부의 규제 철폐를 꼽았다.페드럴 익스프레스(택배전문회사)의 스미스회장은 『지난 29년간 우리는 미국의 정부규제와 싸웠다.앞으로는 외국의 규제와 싸우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규제는 국내 소비자의 피해는 물론 외국과의 통상마찰의 빌미마저 되는 상황인 것이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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