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랜드 최종량 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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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붉은색 진바지에 스웨터차림,은은히 풍기는 「폴로」스킨 향기에무스로 빗어넘긴 머리.
지난달 30일 차장에서 이사로 2단계 특진한 이랜드그룹 생산총괄본부장인 최종량(崔鍾良.사진)이사의 파격적인 승진 만큼이나파격적인 첫인상이다.올해 나이 34세.이랜드그룹의 최연소 이사가 된 그는 이 그룹이 연간 6천만벌의 의류를 만드는데 지출해야 하는 원가 5천억원을 주무르는 큰 손이기도 하다.
『중요한 거래처를 만날 때 외에는 대부분 간편한 옷을 입고 다닌다』는 그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옷을 파는 장사꾼임을 강조한다.입사 11년만에 「기업의 별」이라고 하는 이사가 된 뒤에도崔이사의 하루는 종전과 다름없이 시작된다.
새벽 5시반에 일어나 오이 2개와 우유 1잔으로 간단히 아침을 마친후 신촌 본사로 출근한다.7시 아침회의를 주재하고 8시50분부터 10분간 직원들과 함께 청소와 체조를 한뒤 업무에 들어간다.『별로 한 일도 없는데 이렇게 갑자기 파 격적인 승진을 하게 돼 얼떨떨할 뿐』이라고 崔이사는 겸손히 말한다.
崔이사는 95년부터 그룹의 생산총괄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생산과정 효율화를 위한 리엔지니어링을 탁월하게 수행해냈다.그 공로가 이번 승진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그룹내의 평이다.
崔이사는『현재 진행중인 생산공정의 시스템화가 거의 완료되는 내년부터는 생산원가가 7%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이렇게 되면 약3백50억원의 추가이익이 발생하게 된다』고 강조한다.성균관대 화학공업과를 졸업한 崔이사는 지난 85년 같 은 교회에 다니는 친한 친구의 권유로 이랜드에 입사했다.
『지금은 이랜드 홍콩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군 제대후이랜드에서 3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한뒤 「성장가능성이 있고 평생을 바쳐도 후회하지 않을 회사」라고 추천해 두말하지 않고 입사를 결심했습니다.』 90년 6월 대리직급으로 그룹이 새로 설립한 「쉐인」본부의 대표이사직을 맡았을 때를 崔이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대리점주들의 이탈이 잇따르고 1년반 동안 계속 적자를 내면서그만둘까하는 생각도 수없이 들었지만 당시 28세의 자신에게 신설법인을 맡긴 회사의 배려를 되새김질한 것이 오늘의 원동력이 됐다는 게 崔이사의 회상이다.
결국 2년만에 전직원이 하나로 뭉쳐 노력한데다 청바지시장에 호황이 불어닥치며 93년엔 매출 3백억원을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20평짜리 목동아파트에서 전세를 사는 崔이사는 아직도 차가 없다.하루에도 평균 4~5군데의 브랜드공장을 방문해야 하지만 어김없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이사승진후 승용차가 나온다는 회사의 통보를 받았지만 별로 사용할 일이 없을 것같다』고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 그의 책상위에는 최근 지하철에서 새로 읽기 시작했다는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이라는 제목의 책 한권이 놓여 있었다 .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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