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未합의 노사쟁점'정부斷案.합의유도-논의 계속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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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정치일정)는 저물어가는데 갈 길(노사합의)은 멀고,게다가날씨(경제적 상황)마저 쌀쌀해지니 나그네(정부)의 발걸음이 약간 빨라지는듯 하더니,이제 마음까지 초조하고 급해져서 「가야 할 방향」마저 잃고 헤매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 려된다.벌써 성급한 사람들은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발족한지 6개월이나 되었는데 노동법개정에 관한 완전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입방아를 찧고있다.6개월이란 기간은 한 나라의 산업관계를 완벽하게 재단하기에는 너무나 짧다.그럼에 도 노개위는 상당히 많은부분에 대해 노사간의 합의를 벌써 이끌어냈다.이것은 대단한 성과다. 노.사.정 및 학계가 노동법질서에 관하여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합법적인 장이마련된 것은 우리 노동법사에서 노개위가 처음이다.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자본주의적 산업화가 본궤도에 진입한 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빠른 산업화를 위해 정부가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차원에서 그것을 주도적으로 형성하려 했기 때문에 노사가 실질적인 타협을 이룰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제도적.법적 대화광장이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특히 노동계는 노 사의 갈등에서 자신의이익을 정치적.사회적 제도 차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통로가 차단돼 있었다.
노동법적 정의(正義)의 핵심은 인간노동의 본질에 바탕한 사회적 안정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있다.그러나 오늘날의 산업구조에 있어서 사회적 안정만으로는 인간노동의 본질에 충분하지 못하다.
노동법이 사회적 통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그것 의 본질적 과제를 달성하지 못한다.이번 노사개혁에서 「공동선의 극대화」「참여와 협력」「노사자율」「인간존중」등이 최고의 지도원리로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사회적 안정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현대적 노동법에는 모든 노동문제를 일거에 확정할 수 있는 고정된 지도상이 존재할 수 없다.왜냐하면 사회적 안정과 삶의 질은 항상 다시 생성된 사회적여건에서 비로소 구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 므로 노동법은이상적인 법으로서 완결되어질 수 없고,항상 생성발전하는 과정에있다.노동법은 노동기술과 노동능력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지향하고,이것들의 사회적 가능성과 위험을 대비하면서,주어진 상황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고 변형되어야 한 다.무엇보다 노동법은 사회와경제의 발전에 대하여 열려 있어야 한다.이렇듯 사회적 보장과 안정에 대한 개방성이야말로 노동입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아직 정부도,노개위도 어떠한 최종적인 결단을 내리기에는 시기가 이르다.긴 안목으로 우리나라 미래 산업사회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단기및 중.장기적 과제를 정리하고 순리에 따라 과 제를 풀어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선 노개위에서 현재 합의된 부분을 기초로 해서 법개정을 시도하고,노사간의 계속적인 접촉과 보다 바람직한 노사관계상을 논의할 수 있는 장으로서 노개위를 상당한 기간 더 가동시켜서 우리의 21세기를 위한 효율적이고 인간다운 노동법질 서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姜熙遠 〈경희대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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