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未합의 노사쟁점'정부斷案.합의유도-개혁매듭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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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통령자문기구로 출발한 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개위)가 활동을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으나 아직 핵심 이슈를 둘러싼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그동안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을 포함한 70여개 항목에 대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복수노 조와 정리해고제등 핵심사안이 합의되지 않았다.노개위가 현재 물밑 토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합의가 안돼도 이번 기회에 정부가 단안을 내려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견해와 좀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의유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 있다.상반된 두 견해를 소개한다.
[편집자註] 지난 25일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서 제1차 노동법개정안이 의결되었다.이제 노사관계개혁의 최종 마무리 작업은 정부가 단안을 내려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정부는 이해당사자인 노사안과 중립적인 공익안을 참조해 거시적.장기적 측면에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일반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는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나아가 대(對)국민 설득력을 제고해 이것이 입법화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그런데 여야는 물론 정부 부처간,당정간 또는 청와대 내에서도 노사 개혁을 보는시각이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 볼 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개혁을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개위는 막바지 대타협을 위해 진통을 겪고 있으나 그 실현은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그동안 노개위는 주어진 일정속에서 위원들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이 결과 노사공익의 의견이 분명하게나타났으며 이해당사자인 노사의 경우 더 이상 양보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노사관계개혁 또는 광의의 노동개혁 진행과정에서 우리는 노사간 합의가 최선이라는 고정관념에 너무 집착한 것이 아닌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노사관계 수준을 고려해 볼 때 노사간의 완전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지금까지의 합의 결과만도 노개위 위원.정부.언론.국민여론의 노력이 결집돼 이룩한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판단된다.더욱이 이런 결과를 얻기까지 노사는 물론 노 노(勞勞)간,그리고 사용자간에 갈등이 증폭된 것도 사실이다.
달리 표현하면 현재의 상황이 곧 노사가 최대 양보점에서 「균형」을 이룬 상태라고 볼 수 있다.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고비용.저효율,경기 양극화등도 노동문제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따라서 우리 경제의 애로점을 동태적으로 파악해 노동시 장의 효율성과 산업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의 기본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개혁의 또 다른 목표인 삶의 질 향상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삶의 질 향상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동시적으로 추구할 경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협조적 노사관계를 통한 국가경쟁력의 강화,노동시장의 탄력성 제고 노력은 물론 교섭구조등 노사관계 제도의 탄력적 운용이 선진국들이 추구하는 공통적 추세라는 점을 개혁의 기본방향 설정시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즉 선진국들은 협조적 노사관계를 통한국가경쟁력 강화와 기업의 외부 경영환경 개선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주력해왔다.기업의 외부경영환경 지표 변동추이를 공표하고 국가경쟁력 누수현상이 어느 부문에서 발생하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것등이 이에 해당 한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와 유럽연합(EU)의 진전등으로 국가간 경쟁이 「정태적(靜態的)비교우위」에서 「동태적(動態的)절대우위」를 추구하고 있고 이중에서도 특히 노사관계제도 자체의 경쟁력이 강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이상을 종합해 볼 때 정부가 노사관계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 경제의 국가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다.노사관계개혁을 매듭짓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중요시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金在源 〈한양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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