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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엉터리 환자’앞으론 강제퇴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올 6월 손해보험협회가 금융감독원과 함께 전국 260개 병원의 교통사고 입원환자에 대한 실태점검을 했다. 점검 결과 교통사고 입원 환자 중 11.4%는 병실을 오랜 시간 비워놓고 있었다. 인천의 한 병원에서는 환자복을 벗어놓고 택시 영업을 나갔다 온 가짜 환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아픈 척하면서 입원한 ‘나이롱(가짜)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병원이 교통사고 ‘가짜 환자’들을 강제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도록 지시할 수 있게 된다. 가짜 환자에게 대주는 보험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국토해양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곧 정기국회에 제출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입원이 불필요하다고 진단된 환자에게 퇴원이나 규모가 작은 병원으로 옮기도록 지시한 뒤 이런 사실을 보험회사에 즉시 통보해야 한다. 환자가 병원의 퇴원 지시를 거부하면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이 중단된다. 이후 진료비는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법 규정 없이 국토해양부 고시에만 병원 측이 퇴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지시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법적 구속력이 없어 환자가 버티면 그만이었다. 병원 측이 보험회사에 이를 통보할 의무도 없어 가짜 환자 퇴출이 어려웠던 것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은 72.1%로 일본(9.1%)에 비해 8배나 높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점검 결과 병실을 오래 비워 놓은 교통사고 환자는 평균 17%에 달했다. 협회는 불필요한 교통사고 입원 환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만 연간 1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희수 자동차손해보장팀장은 “가짜 환자로 인한 보험금 손실이 막대하다”며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 일수가 하루만 줄어도 403억원의 병원 진료비가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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