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IPTV, 마우스처럼 ‘쉬운 리모컨’에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IPTV(인터넷 TV) 업계에 ‘쉬운 리모컨’ 경쟁이 불붙었다.

한 발 앞선 건 KT의 ‘메가TV’다. 이 회사는 최근 크기와 버튼 개수를 줄이고 사용자 편익 위주의 여러 기술을 적용한 리모컨 신제품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PC의 무선 마우스처럼 화면상의 커서를 움직여 IPTV의 복잡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한 것.

최두환 부사장은 “TV의 큰 장점은 조작이 쉽고 편리하다는 것”이라며 “IPTV는 PC와 TV의 특징을 두루 가진 만큼 남녀노소 누구나 PC의 다양한 기능까지 TV처럼 간편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도 새 리모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뉴미디어사업실의 김경호 과장은 “버튼 개수와 크기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모양도 손에 잡는 느낌(그립감)이 좋은 타원형으로 바꿀 계획이다. KT와 SK브로드밴드의 새 리모컨은 각각 내년 1월과 3월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복잡한 리모컨은 그간 IPTV를 대중화하는 데 큰 골칫거리였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8월 한 IPTV 시연회에 참석해 버튼이 빽빽한 리모컨을 보곤 “너무 어렵지 않으냐”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나친 속도 경쟁과 다양한 기능은 현기증을 일으킨다.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소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KT와 SK브로드밴드의 새 리모컨도 이런 문제 의식과 연관이 있다.


KT의 새 리모컨은 버튼을 누르면 해당 부위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켜지면서 버튼 글씨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어 TV 화면에 PC처럼 커서가 생성된다. 사용자는 리모컨으로 이 커서를 이리저리 옮겨 채널·볼륨을 조정하고 정보 검색이나 쇼핑을 할 수 있다. 닌텐도 게임기 ‘위(Wii)’의 컨트롤러처럼 몸동작으로 커서를 조작하는 ‘모션 센싱 기술’을 적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손목을 돌려 채널이나 볼륨을 조절하는 롤링 기능을 집어넣었다. 아울러 커서를 조작하면 진동의 크기를 통해 그 느낌이 손으로 직접 전달되는 햅틱 기능을 도입할 생각도 한다.

SK브로드밴드가 제공하는 리모컨은 버튼이 56개나 된다. 변현명 과장은 “IPTV 특유의 정보 검색·결제·전자상거래 기능을 모두 구현하다 보니 리모컨은 커지고 버튼은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년에 나올 리모컨은 버튼 개수 10여 개, 길이 15㎝ 정도의 ‘가뿐한’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면 위의 커서를 움직이는 마우스형으로 갈지, 일반 TV 리모컨처럼 레이저형을 택할지는 미정이다.

IPTV 사업에 가장 늦게 뛰어든 LG데이콤 역시 내년 상반기 중 새 리모컨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35개인 버튼 수를 확 줄이고, TV를 시청할 때와 주문형 비디오(VOD)나 양방향 서비스를 탐색할 때의 버튼을 분리 구성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IPTV와 유사한 디지털 케이블TV 사업자들도 신형 리모컨 개발에 착수했다. CJ헬로비전은 리모컨에 인터넷 전화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곧 내놓는다. TV 화면으로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리모컨에 저장된 주소록을 검색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걸 수 있는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나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