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리포트>중국,남북한대사 人選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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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베이징 문일현 특파원 = 『한국대사는 적임자가 없고 북한대사는 지원자가 없다.』 중국외교부가 서울과 평양에 보낼 중국대사 인선(人選)문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눈치다.92년8월 한.중 수교 직후 초대대사로 부임한 장팅옌(張庭延)현 대사는 서울 체류기간이 4년을 넘고 있다.대사임기가 통상 2~3년임을 감안할 때 임기는 벌써 넘긴 셈이다.張대사를 계속 유임시킬 수도 있겠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張대사의 연령이 국장급정년퇴직 연한인 60세를 이미 지나 어쨌든 내년초에는 후임자를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주(駐)평양 차오쫑화이(喬宗淮)대사 역시 임기를 넘긴데다 본인이 귀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나 후임자가 없어 고민스럽기는마찬가지다.외교부는 얼마전 부부장을 지낸 한 인사에게 북한대사직 수락을 타진했지만 신병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 로 알려졌다.
한국이라면 모르지만 북한에는 안 가겠다는 후문이다.
통상규모나 정치적 비중면에서 동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치는 곳이 남.북한이고 보면 후임대사를 아무나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특히 정치.안보면에서 민감지대인 한반도를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후임대사는 ▶한반도를 취급한 경험,남. 북한에 대한이해와 지식을 갖추고▶영어 또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 중국외교부의 생각이다.
문제는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가용(可用)인력이 없다는 점이다.현재 외교부내 국장급 이상중 두 가지 조건을 겸비한 인물은 전무한 실정.92년 수교 당시 초대 한국대사 인선작업에서 유일한 적임자로 張대사가 추천됐으며 그가 임기를 계속 넘기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베이징(北京)외교가의 정설이다.
특히 후임 한국대사의 경우 격을 높여야 할 필요 때문에 인선작업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수교 당시야 적임자가 없어 부국장 출신을 보냈다고 하지만 정치.경제등에서 한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한국측은 물론 중국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한국측은 북한에는 줄곧 부부장급(차관급)대사를 임명하면서 한국에는 부국장 출신을 보내는 것은 중.북한간의 특수성을 접어 두더라도 형평에 어긋난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또 한반도전문가도 좋지만 복잡다단한 국제문제를 다뤄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 국제문제에 폭넓은 안목과 식견을 갖춘 인물을 내심 희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때 국제사(國際司)출신으로 유엔을 거쳐 대변인을 지낸 천젠(陳健)부장조리(차관보급)의 한국대사설에 이어 아주사(亞洲司)부국장을 역임한 주일대사관 정무공사 우다웨이(武大偉.국장급)공사가 유력하다.하지만 외교부 관계자들 은 『모르는일』이라고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때문에 외교부가 아닌 다른 부처 또는 당(黨)출신 인물이 남.북한대사로 선정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외교가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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