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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 줄여 온난화 해결’UCC 제작“호기심·조사 습관 덕분에 큰 상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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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훈군(左)·정수천 교사(中)·문소희양이 2008 세계창의력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UCC 동영상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오상민 기자]

“평소 어떤 사물의 쓰임새를 고민하면서 ‘왜 그럴까?’ 생각하고 조사하는 습관을 기른 게 창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어요.” 문소희(대전 문지중2)양과 신용훈(대전 대덕중2)군은 “창의력은 ‘왜?’라는 호기심을 갖고 고민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정수천 문지중 교사와 함께 뉴 스타터(New Starter)팀을 만들어 ‘2008 세계창의력경연대회’ 다큐멘터리 UCC(사용자제작콘텐트) 부문에서 중등부 대상을 받았다. 교육과학기술부·대전시·KAIST·한국영재학회 공동 주최로 10~12일 KAIST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10개 국 64개 팀 200여 명이 참가했다.

"지구온난화 원인 육식에서 찾아 대안 마련” 이번 대회의 과제는 ‘지구 환경 문제 해결’ ‘100원으로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아이디어’ 중 하나를 골라 웹 동영상을 제작하고 당일 거울을 이용해 만화경을 만드는 것이다.

뉴 스타터팀은 지구온난화 해결 방안으로 ‘육식을 줄이자’는 아이디어를 담은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들은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생기는 배설물·미생물·비료·오물·트림·방귀 등에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육류 소비를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문양은 “주부·어린이 등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생활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며 “보편적 소재인 음식을 택해 공해를 일으키는 식품을 추적했다”고 말했다.

문양과 신군은 정 교사의 도움을 받아 육류 식품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끌어 모았다. 데이브 리의 책 너무 더운 지구, 데이비스 구겐하임의 영화 ‘불편한 진실’등을 본 후 인터넷에서 지구온난화 관련 자료를 한 달간 찾았다.

한남대 이강용 교수를 찾아가 육류 식품의 국제 거래 추이, 국가별 육류 생산·소비 등 세계 축산업 동향에 대한 도움말도 들었다. 문지중 오진이 영양사에겐 성인의 동물성 단백질 하루 섭취량과 ‘대체 식품’에 대해 물었다. 신군은 “콩·계란·우유·치즈 등 식물성 단백질이 육류의 영양소를 대신한다는 정보를 얻어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 소농장 견학 … 동영상 사실감 살려” 가축 사육 실태와 육류 생산 공정을 알기 위해 대구의 소 농장도 찾아갔다. 농장에서 어떤 오물이 생기는지 조사해 보고서에 담았다. 신군은 “배설물 냄새가 심해 고생했지만 가축 사육 실태를 알게 돼 동영상의 사실감을 살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렇게 모은 근거를 하나로 엮어 동영상 자막에 넣었다.

‘이산화질소는 비료 제작과정에서도 발생한다. 메탄은 흙 속 미생물과 거름에서도, 가축의 트림과 방귀에서도 발생한다. 소는 하루 200L의 메탄을 내뿜는다. 소는 전 세계에 13억 마리로 연간 1억t의 메탄을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쇠고기 1㎏을 얻으려면 옥수수 사료 11㎏과 4인 가족이 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 2만L가 필요하다. 소 한 마리를 방목하려면 열대우림 50가 필요한데 이 때문에 아마존 열대우림 70% 이상이 손실됐다. 따라서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 원인의 18%로 교통수단이 만드는 온실가스량보다 더 크다.’ 이 같은 논리를 대회에서 발표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채식으로 바꾸자’는 캠페인도 벌였다. 교내 매점과 식당에 현수막과 안내문을 내걸어 관심을 모았다. 문양은 “학부모들에게 가정의 식단 메뉴에서 고기를 줄이자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썼다”며 “육류 섭취로 인한 성인병과 비만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에 부모님들이 큰 호응을 보여준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대전=박정식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세계창의력경연대회=환경오염·기아 등 국제사회 쟁점에 대한 창의적과학적 해결 아이디어를 경연하는 대회. 각국 예선을 통과한 초·중학교 영재 학생 및 일반인들이 참가한다. 장기 과제와 대회 당일 발표하는 단기 과제로 나뉜다. 창의성·논리성·과학성·예술성·협동성 등 5개 항목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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