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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광주'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5·18 묘지 묻힐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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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80년 5월 광주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67)가 사후 광주에 안장될 전망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10일 "시민들의 여론을 적극 수렴, 힌츠페터의 5.18 묘역 안장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금명간 가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80년 5.18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 ARD-NDR의 일본 특파원으로 목숨을 걸고 광주를 취재, 해외에 광주의 참상을 알린 힌츠페터는 지난 3일 독일 자택에서 심장질환으로 쓰러져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힌츠페터는 병실에서 "광주 시민들 곁에 묻히고 싶다. 죽으면 5.18 묘지에 묻어달라"고 가족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부인이 이에 반대하자 힌츠페터는 "화장한 뒤 절반은 독일에, 나머지 반을 5.18 묘지에 보내달라. 그것도 안되면 사진과 위패라도 광주에 묻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달 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5.18 기념재단을 통해 알려졌다.

이들 단체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려 진상을 규명하는 데 앞장섰다"며 광주 안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광주시는 힌츠페터를 5.18 묘지에 묻는 것에 난색을 표시했다. 외국인은 광주에서 사망한 경우에만 매장할 수 있다는 시립묘지 조례가 그 근거였다.

그러자 인터넷에서 힌츠페터를 광주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네티즌들은 "명예시민증을 줘서라도 광주에 안장해야 한다"는 등 광주시를 압박했다.

이에 광주시도 입장을 바꿨다. 광주시 관계자는 "명예시민이어야 안장이 가능하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명예시민 지정과 상관없이 광주 안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힌츠페터는 불의에 맞서 진실을 알리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현장을 지킨 치열한 기자정신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바 있다.

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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