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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광어 항생제 걱정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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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이 다 자란 넙치를 플라스틱 통에 담고 있다. 양식 HACCP에선 사료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항생제 관리 못지않게 중요하다.

양식어는 늘 자연산과 비교를 당한다. 양식산은 “맛이 못하다”는 사람이 많다. “영양도 자연산보다 떨어질 것”으로 막연히 예단하기도 한다. “혹시 항생제나 중금속·말라카이트 그린 등 유해 물질이 들어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팽배하다. 이것이 훨씬 고가인 자연산을 굳이 찾는 이유다.

이런 소비자의 불안을 씻어주기 위해 도입한 것이 양식장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 횟감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면서 생산의 첫 단계인 양식장에서부터 위해 요소를 철저히 걸러내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올 7월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은 제주시 애월읍의 두 넙치 양식장에 국내 처음으로 양식장 HACCP 인증을 내주었다. 넙치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양식되는 생선이란 점이 고려된 듯하다. ‘양식장의 HACCP 시대’를 연 이중 한 곳(다익수산)을 제주대 수의학과 임윤규 교수, 수산물품질검사원 제주지원 김수훈 팀장과 함께 10일 방문했다.

◆항생제 잔류를 줄이는 법=어류의 양식 과정은 간단하다. 치어의 입식→사육→성어의 출하가 전부다. 보통 1.1㎏(1년)·2㎏(1년6개월)·3㎏(1년10개월)이 되면 시장에 나온다. 이렇게 넙치 치어(6~7㎝)가 다 자라서 횟감이 될 확률은 50%에 불과하다. 25~30%는 폐사하고 나머지 20~25%는 성장과정에서 자연 도태된다. 어류 양식 과정에서 양식업자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어병(魚病)이다. 자연산은 망망대해에선 마음껏 헤엄치고 다니는데 반해 양식어는 좁은 공간에서 밀식되기 때문에 병에 걸리기 쉬운 것은 당연지사. 어병이 발생하면 항생제를 사료에 섞어 1주일가량 넙치에 먹인다.

다익수산 오무경 대표는 “어의사의 처방을 받아 아목사실린·암피실린 같은 항생제를 사용한다”며 “항생제 투약 후엔 법적으로 정한 휴약(休藥, 약을 사용하지 않는) 기간보다 10일가량 더 오래 약 투여를 중단한 뒤 넙치를 내보낸다”고 말했다.

항생제 잔류는 양식장 HACCP에서 가장 중시하는 위해 요소. 다익수산 제품은 아니지만 2005년 일본에 수출한 제주산 넙치에서 항생제 잔류 사실이 드러나 수출이 중단된 뼈아픈 경험도 있다.

◆사람용 항생제도 사용=소·돼지의 경우 특별한 질환이 없는 데도 체중 증가나 질병 예방을 위해 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하기도 한다. 양식장에선 그런 ‘무모한’ 일은 없단다.

그러나 사람에게 사용하는 아목사실린·암피실린·에리스로마이신 같은 항생제를 어류에 처방하는 것은 항생제의 내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수산물품질검사원은 “아목사실린·암피실린 등은 어류에서 허용된 항생제다. 어의사의 처방을 받아 쓰는 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백신으로 항생제 사용량 줄여=넙치 양식장에선 지난해부터 어병을 줄이기 위해 예방백신을 적극 활용 중이다.

임 교수는 “전체 양식어 폐사 원인의 70∼80%를 연쇄상구균이 차지한다”며 “이런 세균을 예방하는 백신을 미리 접종하면 양식장의 생산성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개 6월에 어의사가 와서 넙치에 백신을 근육주사한다. 모든 넙치에 백신을 접종하는 일은 매우 수고스러운 작업이지만 백신 후엔 “여름을 (어병없이) 편히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다익수산의 경우 백신 접종 뒤 항생제 사용량이 과거보다 3분의 1이나 줄었다.

◆약욕도 한다=양식장에선 주로 약욕(藥浴, 약을 물에 타는 것)을 통해 어류에 항생제를 먹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항생제를 직접 수조에 넣는 일은 드물다. 수조 소독을 위해 옥시테트라사이클린(OTC, 항생제의 일종)을 물에 타는 정도다. 수조를 옮기는 과정에서 넙치에 생긴 상처를 치료하거나 넙치 표면에 서식하는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선 약욕을 한다. 이때는 수산용 포름알데히드가 약욕제로 널리 쓰인다. 포름알데히드가 유해물질이긴 하지만 ‘공업용’이 아니라 ‘수산용’으로 허가받은 제품이어서 위생상 문제는 없다고 한다.

◆횟집 위생도 신경써야=넙치 등 양식어에선 식중독균 등 미생물은 별 문제가 안 된다. 활어 상태에선 식중독균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횟집에서 살모넬라균·황색 포도상구균·비브리오균·리스테리아균 등 네 가지 식중독균은 검출돼선 안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양식장에서 갓 출하된 넙치 등의 근육·표면에서 이런 세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생선회에서 이런 식중독균이 나왔다면 칼·도마 등에 의해 교차오염이 됐거나 오염된 물을 사용한 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식어에서 잔류 농약이 나올 리도 없다. 그러나 중금속 오염 가능성은 있다. 사람들이 각종 카드뮴·수은·납 등 각종 유해 중금속을 바다에 내다 버리기 때문이다. 양식장 HACCP에서 중금속을 둘째 위해 요소로 꼽는 것은 이래서다. 그러나 넙치에서 중금속을 직접 줄이는 묘안은 없다. 중금속 검사를 충실히 해 중금속 함량이 높은 넙치를 탈락시키는 방법뿐이다. 이를 위해 수산물품질검사원 제주지소는 1년에 30~50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중금속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제주도는 특별 조례를 만들어 항생제·중금속 검사증명서가 있는 활어만 육지로 나갈 수 있게 했다.


제주=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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