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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한 이상 징후 없다” 긴급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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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재외공관의 외교관들에게 금족령을 내렸다는 내용의 요미우리 신문 18일자 기사.

 일본 언론들이 잇따라 북한의 ‘중대발표설’을 보도한 데 이어 일부 국내 인터넷 매체가 19일 한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설’까지 보도하자 정부가 긴급 진화에 나섰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의 중대 발표와 관련된 소문은 들은 바 있으나 현재로서는 확인해 줄 만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중대발표설과 김 위원장 사망설은 지난 주말을 거치며 불거졌다. 첫 진원지는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다. 요미우리는 18일 북한이 중대 발표를 앞두고 전체 재외 공관에 대기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프랑스의 AFP통신을 타고 전 세계로 타전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덧붙여졌고 북한 내부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된 것처럼 증폭됐다.

산케이(産經)신문은 19일 “북한이 20일께 외국인 입국 금지령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복수의 북·일 관계자를 인용한 산케이신문은 김 위원장이 사망한 데 따른 후계자 발표이거나 쿠데타에 의한 정변이라는 억측도 있다고 소개했다. 19일 국내에선 한 인터넷 언론이 “중국 관영 CC-TV가 김 위원장 사망을 보도했다”는 기사를 실었다가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런 언론 보도에 우리 당국자들은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19일 “김 위원장 사망설은 사실이 아닌 게 확실하다”면서 “단 그의 건강 회복 여부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박의춘 북한 외상이 러시아에 있고 조만간 유럽으로 간다는데 만약 김 위원장 신변에 이상이 있다면 외국에 나가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의 병력 이동이나 통신량 증가와 같은 이상 징후도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정보 당국은 “중국 언론이 김 위원장 사망을 보도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도 ‘중대발표설’에 대해 “일본 언론의 보도가 김 위원장 사망설 등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된 발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있기 전인 지난주 이미 ‘북한이 일부 해외 공관에 대기령을 내렸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김 위원장의 신변과 관련된 이상징후는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의 보도는 북한 내부 사정과 변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빚어진 해프닝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일본발 ‘북한 이상설’이 번진 것을 둘러싸고 출처와 의도를 놓고 갖가지 해석과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일본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과정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도외시돼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내 일부 우익이 국내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북한 이상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중대발표설’의 출처와 관련, 한국 고위 관계자가 일본 정계 지도자와 나눈 사담(私談)이 일본 언론쪽으로 흘러들어가 보도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거꾸로 북한이 남측을 흔들기 위해 역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이날 중대발표설과 사망설을 평가절하했지만 북한의 돌발적인 움직임이 향후 없으리라고 자신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선 평소와 다른 징후도 일부 엿보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을 재추대할 것으로 알려진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원래 9월초까지는 열렸어야 했는데 아직도 일정이 없다.

정부는 특히 지난주 ‘남북 관계 전면차단’으로 위협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 조만간 남한을 겨냥해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공세를 가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병건·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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