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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로 원자재 가격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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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 세계에서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농산물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원자재 수입국들의 국제수지 개선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줄어든 각국 중앙은행들은 추가 금리 인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의 값은 1년7개월 전 수준으로 내리며 배럴당 50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1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6일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6.68달러 급락한 61.9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월 29일 배럴당 61.78달러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두바이유는 7월 4일 배럴당 140.7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석 달 만에 56% 폭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유(WTI) 11월 인도분 가격도 배럴당 4.69달러 떨어진 69.85달러로 마감했다.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물 가격도 올 들어 처음으로 60달러대로 내려갔다. 런던석유거래소(ICE)의 브렌트유 11월물 가격 역시 배럴당 4.48달러 내린 66.32달러로 장을 마쳤다.

석유공사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3주 연속 증가한 데다 산업생산은 34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하면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국제유가가 폭락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국내 유류 가격도 소폭 내렸다. 10월 셋째 주(13~17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L당 1701.98원으로 전주보다 12.62원 내렸다. 경유 평균 가격도 L당 25원 이상 내린 1622.10원을 기록했다. 석유공사는 “앞으로 국내 유가가 하락할 전망이지만 환율 불안으로 하락 폭은 다소 축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이 변수다. OPEC은 당초 다음달 18일 예정된 긴급 각료회의를 이달 24일로 앞당겼다. OPEC은 16일 성명에서 “악화하는 경제 상황을 우려한다”며 긴급 회동에서 감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리도 하락세가 이어져 12월 인도분 가격이 파운드당 2.0855달러로 2006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5월의 최고치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옥수수와 밀 가격도 올해 최고치에 비해 50% 이상 하락했다. 이에 따라 19개 상품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스 CRB 지수는 273.95로 2004년 9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로직어드바이저스의 윌리엄 오닐은 “경제 상황에 극적인 변화가 오지 않는 한 원자재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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