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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아직 미국의 몰락을 말하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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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흔들리는 세계의 축: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윤종석·이정희·김선옥 옮김
베가북스, 398쪽, 2만원

지난 5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가 바쁜 유세 일정 와중에도 이 책을 들고다니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돼 화제가 됐다. 저자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2000년부터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을 맡고 있다. 예일대 학부를 거쳐 하버드에서 박사를 받고 『문명의 충돌』의 저자인 새뮤얼 헌팅턴의 추천으로 국제정치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서 최연소 편집장을 지냈다.

일찌감치 ‘주니어 키신저’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알아주는 인물이다. 경쟁 언론사인 타임 워너 그룹의 CNN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뉴스위크는 워싱턴 포스트 그룹에 속해 있다.)

저자는 인도에서 태어나 18세에 미국으로 유학, 언론계에 정착한 무슬림(이슬람교도)이지만 책 내용은 매우 ‘미국적’이다. 한마디로, 지금 세계의 권력지형에서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등 ‘다른 나라들의 부상(浮上·the rise of the rest)’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게 곧 미국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젊은 미국’과 경쟁력 있는 교육정책을 들었다. 출산율 하락 추세에도 과거 25년간 이민을 허용한 덕분에 생산성을 꾸준히 높여왔고, 암기와 끊임없는 시험으로 요약되는 아시아식 교육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방식을 키우는 교육을 펼쳐 온 게 미국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모든 사안에 개입할 수 없으니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하라 ▶편협한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말고 보편적인 룰을 구축하라 ▶비스마르크처럼 모든 강대국을 포용하라고 제시한다. 카우보이처럼 혼자 나서지 말고 기업의 이사회 의장 같은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라크전이 시작됐을 때 부시의 일방적인 외교정책을 ‘오만한 제국’이란 표제의 뉴스위크 커버스토리로 비판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에 따르면 자카리아는 2001년 11월 국방차관보 폴 월포비츠의 요청으로 펜터곤에서 열린 비밀회의에 참석했고, 그 회의 결과가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돼 이라크전 개전으로 연결됐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 책이 나온 탓에 국가와 정부가 시민사회와 비정부기구(NGO)에게 주도권을 양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나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피력하는 일부 표현은 눈에 거슬린다. 원제 『The Post-American World』.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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