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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리포트>미국 언론계 '시민 저널리즘' 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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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민 저널리즘(Civic Journalism)」이 미국 언론에 화제가 되면서 계속 힘을 얻어 나가고 있다.한마디로 시민저널리즘은 언론이 사실의 전달이나 비판기능으로 만족해서는 안되며 독자들을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게 해 정부기관이나 정책을 주도적으로 개선시켜 나가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버지니아 파일럿지는 유권자들의 관심사를 조사해 새로 선출할 상원의원의 직무분석표를 만들었다.입후보자들에게는 그런 일들을 어떻게 달성하겠는지 계획을 밝히고 동시에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덧붙여 신문사에 제출토록 요청 했다.신문은 이 모든 내용을 신문에 싣고 이 내용을 읽은 독자들은마치 자기회사의 종업원을 뽑듯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다.또한 샌호제이 머큐리 뉴스지는 지역정치인들이 스스로의 경제적 이해에휘둘려 정책활동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내 용을 보도한 다음 독자들이 「책임선서」를 만들어 해당 정치인들과 입후보자들의 서명을 받도록 도와주었다.
이밖에 범죄기사보다는 미담기사를,문제 자체보다는 문제의 해결을 더 많이 보도하고 드라마 대본에 『호스피스 자원봉사하러 갑시다』라는등의 계도메시지를 넣자는게 시민저널리즘이다.
이런 보도양식이 새삼 조명을 받는 이유는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퓨 재단이 거액의 지원금을 앞세워 미국 일부 언론의편집방침을 바꿔나가려는 노력때문이다.퓨 재단은 94년 이후 지금까지 보스턴 글로브.마이애미 헤럴드등 30여개 언론기관에 건당 5만~4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선 오일사 창업주인 조지프 뉴트 퓨의 후손이 38억달러의 자산규모로 48년 설립한 퓨 재단은 그동안 소리소문없이 갖가지 자선사업을 해왔던 기관.그러나 신경외과의사 출신 토머스 랭피트(72)가 총재가 되면서 사업방향이 바뀌었다.마이 애미 헤럴드.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등을 소유한 나이트 리더 재단의 제임스 베이튼 전이사장등 뜻을 같이 하는 언론인들의 협조를 얻어 시민저널리즘 운동에 적극 뛰어들었다.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신봉한 창업주의 정신을 널리 확산하고 정치에 대한 대중의 냉소주의를 극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같은 시민저널리즘이 환영만 받는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월스트리트저널지는 최근 이 운동에 대한 언론계의 찬반론을 소개했다.그러면서 『언론의 독립성.자주성을 해치는 또 다른 형태의 외부간섭』『언론의 기능은 비판자.감시자이지 주창자(主唱者)는 아니다』라는 부정론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뉴욕=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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