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自體,지방화시대 맞아 행사개최-향토빛낸 문인 기리기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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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96문학의 해'기운이 전국으로 스며들며 정작 지방에서 알찬수확을 거두고 있다.가을 들어 각 지방자치단체와 문화단체,그리고 지역민들이 앞다퉈 연고가 있는 문인들을 기리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북한의 부수상까지 지낸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洪命熹.1888~1968)가 고향인 충북괴산에서 화려하게 「복권」되는가 하면 진해에서는 이 고장 출신 김달진(金達鎭.1907~1989)시인의 시적 업적을 기리는 행사가 대대적으로 펼 쳐지고 있다.그런가 하면 목포 앞바다의 작은 섬 압해도주민들은 80여편에달하는 연작시로 압해도를 노래해 국민의 서정적 고향으로 만든 시인 노향림(盧香林)의 시비 제막식을 가졌다.경남 진해시에서는18~20일 제1회 김달진문학제가■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1930년대 서정주.김동리.오장환등과 「시인부락」 동인으로 활동하며 한국 현대시를 일구고,특히 선시(禪詩)계열의 심오한 시적 세계를 펼친 김달진의 시적 업적을 기리며 이를 계기로 지역문화의 활성화.보편화.고 급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진해시를 비롯,이 지역 모든 문화.사회단체와 중앙문인 1백여명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심포지엄.백일장.도서전시회.시 낭송회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져 명실상부한 시민의 축제가 되게 했다.
진해시는 매년 10월 이 행사를 치르며 봄에는 군 항제,가을에는 김달진문학제를 진해시 상징 축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11월2~3일 청주 예술의전당및 홍명희 생가가 있는 괴산에서열리는 홍명희문학제는 충청남북도 분도 1백주년을 맞아 충북의 문화적 전통을 찾자는 것.홍명희는 괴산에서 3.1운동을 주도하고 신간회(新幹會) 창립과 활동에도 주도적 역할 을 하다 29년 민중대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며 대작 역사소설 『임꺽정』을집필하기 시작했다.
47년 남북연석회의 참가차 방북,그대로 눌러앉은 홍명희는 북한의 부수상.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등을 지내다 68년 사망했다.충북민예총문학위원회가 주최하고 학계.지역인.언론인이 대거 참가하는 이번 홍명희문학제에서는 월북으로 인해 8 9년에야 해금된 그의 문학세계를 본격 재조명하게 된다.또 홍명희 생가 답사와 SBS-TV를 통해 방영 예정인 드라마 『임꺽정』시사회등도 갖게 된다.
『섬진강을 지나/영산강 지나서/가자 친구여/서해 바다/그 푸른 꿈 지나/언제나 그리운 섬/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지난5일 전남신안군압해면 신안군립도서관에서는 노향림 시비 제막식과압해도 주민들의 문화화합축제가 열렸다.노향림 시비는 압해면민과타지에 나가 살고 있는 향우회원들이 십시일반,총 1천1백여만원을 모아 세워졌다.면 단위 지역민의 모 금으로 생존문인의 시비가 세워지기는 盧씨의 시비가 최초.「압해도」연작시로 이 지역을널리 알린 盧씨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며 지역민들의 화합과 애향심을 새롭게 가꾸자는 취지에서다.
이날 축제에는 지역민및 출향인사,그리고 서울에서 내려간 문인등 3백여명이 모였다.그 자리에서 김덕준(金德俊)압해면장은 『이 행사가 후학들은 물론 많은 면민들이 문화에 대한 관심과 고향을 사랑하고 발전시키는 계기로 승화됐으면 한다』 고 밝혔다.
이와같이 지역의 문화발전,지역민의 화합과 애향심,나아가 지역홍보를 위해 자신의 지역을 빛낸 문인들을 찾아내 기리는 지역문화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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