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너무 엄격” “완화 땐 대기업 특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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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전날보다 100원 이상 폭등한 16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나왔다. 금융위기 대처방안에 집중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전 위원장은 금융 당국을 방어하는 논리를 폈다.

먼저 환헤지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 사태에 대한 책임 추궁에 전 위원장은 ‘흉기론’을 내놨다.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의 전신)가 시중은행에 다양한 환헤지 상품 개발을 독려했다”는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였다. 전 위원장은 “금융 당국이 환헤지 상품 개발을 권유했다는 것은 잘 개발해서 리스크를 줄이는 데 잘 활용하라는 뜻”이라며 “주방에서 잘 쓰라며 만든 칼을 흉기로 썼다고 칼을 만들라고 한 게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몇 십원의 변동 폭에서만 헤지 효과가 있고 환율이 폭등하면 기업이 무한대의 손실을 보는 키코는 은행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투기 상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금산분리 완화도 논란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유럽이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며 “과도한 금산분리 때문에 한국의 은행들을 외국 자본이 지배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금융감독을 강화하는 전 세계 추세와 맞지 않는 역주행”(이성남 의원), “재벌이 은행을 개인금고처럼 사용하게 하자는 대기업 특혜법”(박선숙 의원)이라고 반대 논리를 폈다.

전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는 시장의 안정성을 해치거나 시장의 규율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자본의 소스를 다원화해 우리나라 은행산업을 더 건강하고 경쟁력 있게 가져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8개 증권사 인허가 논란=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금융위가 지난 7월 핵심 전산시설이 미비한 업체 등 8개 회사들에 대해 증권업 신규 허가를 내준 것은 증권업 감독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인허가를 서두른 것은 자본시장통합법상 8월 이전 허가받은 업체만 재인가 해주는 조건 때문”이라며 “전산시설 미비, 필수 인력 확보 등은 조건부 허가 대상이 되지 않는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다른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증권업을 키운다는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답변했다. 김영선 정무위원장(한나라당)은 “절차를 엄중하게 지키지 않는 금융의 확대는 국민들에게 고통만을 가져올 뿐”이라며 박 의원 편에 섰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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