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70.세계화는 민주주의의 확대를 가져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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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김창호 전문기자 =『세계화는 민주주의의 확대를 가져오는가.』 오늘날 자본및 정보,인구의 자유로운 교환.이동으로 세계의통합이 가속화하고 있다.과거와 같이 자본은 한국가에 귀속된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정보 또한 국적과 상관없이 빠른 시간안에 공유하게 됐다.나아가 자본과 정보의 자유로운 교류와 아울러 직.간접적 인적 교류도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세계화」로 요약되는 이같은 변화는 한마디로 국가역할의 축소라고 말할 수 있다.과거에는 모든 시민적 행위,국제적 관계등에서 국가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그러나 자본과 정보,인적 자원의 자유로운 교환과 이동은 기존 국가가 지니 는 경계의의미를 약화시키고 있다.
대신 세계적 수준에서 물적.인적 교환과 이동을 조정하기 위한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세계정부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어떤 논자는 기존의 개인과 국가,국가와 국가등의관계가 새롭게 정립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고 주장한다.
이어 이처럼 국가 역할의 축소는 곧 시민적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한다.
최근 몇년동안 우리 사회의 개혁.개방을 중요한 내용으로 하는세계화는 국가간 경계가 무의미하게 된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핵심적 내용이었다.또 국가역할의 축소를 통한 시민적 자유를 확장한다(작은 정부론)는 의미에서 민주화 과정으로 이해했다.
이 논제는 바로 이같은 주장의 정당성 여부를 묻는 것이다.물론 세계화는 시민적.정치적 민주주의를 확대시킨다는 주장은 앞에서 설명한 논리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그러나 이런 낙관론을경계하는 논자도 적지않다.
우선 세계화가 지역간.부문간 불균등을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인적.물적 교류가 확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교류의 확대가 발전된 지역과 저(低)발전 지역의 균형발전을 가져오기보다 발전된 지역이 저발전 지역을 자유롭게 지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이 약화됨에 따라 문제해결 수단이 축소된다는 것도 세계화가 민주주의를 확대시킨다는 낙관론을 경계하는 이유로 거론된다.아직 해결해야할 민주적 과제는 상당 부분 국가라는 수단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주주의 실 현에국가는 아직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국가역할의 축소는 동시에 국민 결정권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사회.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WTO와 같은 세계정부의 민주화도 결코 쉽지 않다는 점도 그 배경이다.이같은 세계정부는 사실상 몇몇 강대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정부도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그것은우리 국가 이익을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이다.이때 국가 경계를무너뜨리고 세계적 통합을 이뤄낸다는 세계화는 오히려 국가간 경쟁을 더욱 부추길 수 있고 이런 현상은 민족. 국가간의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제자는 수험생보다 많은 지식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항들을 고려해 출제한다.따라서 단편적 지식이나 단정적 주장을토대로 어설프게 답안을 작성하는 것은 금물이다.쟁점에 대한 찬반 논리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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