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4시간 일해도 괜찮지만 일한 시간만큼 결과가 신통찮은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은행의 자금줄을 쥔 그이지만 세계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데엔 도리가 없다.
사내외 회의만 하루에 네댓 차례 할 정도로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는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를 무제한 풀고, 은행의 국유화 조치도 나왔지만 외화 조달 시장엔 찬바람이 여전하다”며 “자금부장 3년 동안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본지가 여섯 개 은행의 자금부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자금부장들은 하루짜리 달러 차입으로 연명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간혹 1개월짜리 대출이 나타나지만 금리가 너무 높다고 답했다.
원화 자금 사정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여섯 명 중 다섯 명은 “은행채의 발행 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위기로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국고채로 몰리면서 은행들이 채권을 발행해 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채를 사 가는 투자자가 줄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도 벽에 부닥쳤다. CD 금리도 은행채 금리를 따라 급등하면서 15일 3개월짜리 CD 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른 6.06%를 기록했다.
자금부장들은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내리거나 지급준비율(지준)을 낮출 것을 주문했다. 김승환 하나은행 자금부장은 “정부나 한은이 은행채를 직접 매입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편 1395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등락을 반복하겠지만 연말께엔 1000~1100원으로 떨어질 것이라 전망한 자금부장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박동영 부장은 “연말에 달러 수요가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에 환율은 1300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현·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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