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서 터진 폭탄 … 내 지붕 날아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뉴스 분석 지난해 말 은평뉴타운 167㎡ 아파트를 계약한 김모(57)씨는 입주를 못하고 있다. 8월 말로 입주 기간이 끝났는데 잔금(약 4억원)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지금 사는 집(3억원)을 팔아서 잔금을 마련할 요량이었지만,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그는 지난달부터 연 14%의 연체이자를 물고 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더 고통스럽다. 2006년 1월 연 5.8%의 변동금리로 3억원의 빚을 내 경기도 용인에 140㎡형 아파트를 구입한 박모(46)씨. 당시만 해도 연간 1700만원 정도의 이자를 냈다. 하지만 이후 금리가 뛰어 지금 이자는 연간 2400만원으로 불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각국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퍼부은 덕분에 한고비를 넘기고 있지만, 개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후폭풍은 이제부터다.

금융시장은 15일 다시 흔들렸다. 원-달러 환율은 31.5원 올라 1239.5원에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27.41포인트(2%)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도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9월 아파트 거래량은 2만5636건으로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다. 서울 강남 3구의 거래량은 263건에 불과했다. 상가도 예외가 아니어서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근린상가 건물은 올해 초 시세가 55억원이었으나 지금은 40억원으로 떨어졌다.

돈이 돌지 않자 시중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자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른 6.06%를 기록했다. 7년9개월 만에 최고치다.

불안해진 사람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물건은 안 팔리고, 자금난으로 문을 닫는 기업도 늘고 있다. 자연히 일자리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달 일자리는 11만2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3년7개월 만에 가장 부진한 것이다. 그렇다고 수출이 많이 늘 것 같지도 않다. 전 세계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로 낮췄다. 한국도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 IMF는 4.3%에서 3.5%로 조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3.6%로 낮췄다.

더 걱정되는 것은 경기침체 터널의 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2~3년은 계속될 것”이라며 “가계나 기업 모두 어려움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그 기간을 ‘3~5년’으로 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도하게 불안을 키우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위기가 아니라고 마냥 덮을 일도 아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투명하게 국민에게 알려 줘야 한다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J-HOT]

▶ 코스피 뚝!뚝!뚝!…사상최대 126.50P 폭락

▶ "주식 아직 바닥 아니다" 시골의사 목청

▶ '미녀는 괴로워' 김아중, 끙끙 앓는 속사정

▶ 앉아서 일 보는 여자들 손이 더 깨끗할까?

▶ "톱스타 톰 크루즈, 18m 높이서 추락사" 알고보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