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88 - 시푸른 하늘, 샛말간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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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계절입니다. 따뜻한 기운이 대지를 적시는가 했더니 바다.하늘 할 것 없이 온통 생명의 잔치가 한창입니다.

이와 더불어 가정과 직장.학교 주변 화단에는 빛(色)이 가득합니다. 연둣빛 초원에서 뛰어노는 샛말간 유치원생 아이들의 앙증맞은 모습에선 싱그러움이 묻어나고, 시뻘건 속살을 내보인 철쭉은 타다 못해 제풀에 지칠 지경입니다. '봄은 색을 뽐내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사물의 색감을 표현하는 데 있어 우리말은 표현이 다양하고 쓰임도 미묘합니다.

'새파랗다.시퍼렇다.샛노랗다.싯누렇다'. 색채를 나타내는 형용사로 각각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는데 쓰임에 어떤 원칙이 있습니다. '색이 매우 짙고 선명하다'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 '새/시/샛/싯'등은 사용하는 면에선 비슷하지만 뒤에 붙는 형용사의 음운론적 조건에 따라 다르게 표기해야 합니다.

①새까맣다.새하얗다.새뽀얗다/시커멓다.시허옇다.시뿌옇다.시뻘겋다

②샛노랗다.샛말갛다/싯누렇다.싯멀겋다

'새/시'는 ①에서 보듯 어두음이 된소리나 거센소리 또는 'ㅎ'인 색채 형용사 앞에 붙여 쓰는데, 첫 음절이 양성 모음(ㅏ.ㅗ)일 때는 '새', 음성 모음(ㅓ.ㅜ)일 때는 '시'가 붙습니다.

'샛/싯'은 ②에서 처럼 뒤에 오는 색채 형용사의 첫소리가 목청이 떨려 울리는 유성음(ㄴ.ㄹ.ㅁ.ㅇ)일 때 맞추어 쓰는 것으로, 새/시'처럼 뒤 음절이 양성일 때는 '샛', 음성일 때는 '싯'으로 구분해 표현하는 것입니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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