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동성 공급 늘린다…“달러 빌리기 쉽게 은행 간 거래 지급보증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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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9개 은행의 부분 국유화 방침을 포함한 금융위기 타개책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유럽에 이어 미국 정부도 은행을 국유화하는 대열에 동참하기로 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2500억 달러의 공적자금으로 9개 주요 은행의 주식을 사들이는 내용의 ‘금융위기 대책’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 정부도 은행 간 거래에 대한 지급보증을 검토하는 등 후속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키코(KIKO) 손실로 도산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곧 시행한다.

◆미국=부시 대통령은 이날 증시 개장 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구제금융 법안으로 마련된 7000억 달러 중 2500억 달러를 9개 은행 주식을 사들이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상 은행은 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모건스탠리·골드먼삭스·JP모건·뱅크오브뉴욕·스테이트스트리트·메릴린치 등이다. 미국 재무부는 11월 14일까지 은행당 250억 달러 안팎의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다. 재무부는 이들 은행의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사들일 방침이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영국이 가장 먼저 채택한 ‘부분 국유화’ 방식을 그대로 본뜬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금융 부문 일부를 국유화하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은행이 정상적인 대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단기적인 조치”라면서 “정부의 역할은 한정적이고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럴드 캐시디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한 극약처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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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또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예금 보험에 가입한 은행들의 부채에 지급보증을 서고, 대부분의 은행 예금에 대해 한시적으로 지급을 보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곧 기업어음(CP)을 시장에서 직접 사들이기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9개 은행은 모두 미국 경제를 위해 정부의 지분 매입에 찬성했다”며 “이번 계획에 포함된 은행들의 경영진은 보수에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부는 국내 은행들이 국내외의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필요하다면 지급보증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다른 나라 정부는 (은행이 돈을 빌릴 때) 지급보증을 하는데 한국 정부만 보증을 서지 않으면 돈을 빌려 주는 쪽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나 홍콩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주요국들의 상황을 주시하며 은행 간 거래에 대한 지급보증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정부의 지급보증은 은행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정부가 대신 갚아주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은행이 국내외의 다른 은행에서 달러를 빌리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이날 워싱턴에서 “유럽과 호주에 이어 미국이 은행 간 거래에 대해 지급 보증을 하면 한국 정부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키코 손실로 흑자도산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에 대해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이 대출금의 40%(회사당 20억원 이내)까지 보증을 서겠다고 발표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건설사에 대해서는 보증 비율을 60~70%(한도 10억원)로 높이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신속히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은행들은 키코 손실금을 대출로 전환하거나 만기 연장, 이자 감면 같은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이자율을 낮추거나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하는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김종윤·이상렬 기자

[이슈] 미국발 금융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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