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도시계획으로 묶인 땅 60년간 막대한 재산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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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총독부 건물은 철거되는데 일제시대 도시계획으로 60년동안 묶여있는 내땅은 아직도 도시계획에서 해제되거나 보상조차 이뤄지지 않아 막대한 재산피해를 보고 있어요.』 서울마포구상수동 이윤자(李允子.50.여)씨는 조선총독부가 1936년 12월 도로로 묶어놓은 땅 80여평 때문에 대를 이어 문턱이 닳도록 동사무소.구청.시청등 관공서를 들락거리고 있다.
자신의 집이 도시계획상 도로로 예정된 곳에 세워져 있어 지금까지 신.증축은 커녕 제대로 보수 한번 못해 지붕에서 물이 새고 담이 무너지고 있어 대책을 호소하려고 관공서를 찾아다닌 것이다.李씨의 가옥을 가로지르는 도시계획도로는 폭 25,길이 1.3㎞로 9천8백40여평.60년째 도로가 개설되지 못하자 이 도로예정지역에 무허가 공장 17채,가옥등이 우후죽순처럼 줄지어들어서있다.
李씨는 『구청이나 시청에서는 도시계획에 묶여있어 어쩔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도시계획을 해제해 집을 새로 짓게 해주든지 아니면 도로를 개설해 보상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에만 이처럼 일제시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뒤 해방이후에도그대로 묶여있어 재산권 행사가 어려운 땅은 도로 6만2천여평,공원 1백6만6천여평으로 여의도 면적보다 크다.
구별로는 서대문구가 공원등으로 38만여평이 묶여있고 양천구 28만8천2백여평,성북구 10만9천8백여평순이다.서울의 25개구 가운데 12개 구가 조선총독부가 남겨놓은 일제 유산을 그대로 안고 있는 실정이다.
해방이후 서울시가 도시계획 시설지정및 해제고시를 6만5천8백여차례나 했으나 조선시가지계획령(34년 제정)에 묶인 이 땅들은 변두리에 있거나 현재 공원 또는 도로로 활용돼 보상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보상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36년 총독부 고시 722호에 의해 지정된 동작구대방동 4.
1㎞ 도로계획구간등 10여개 도로구간의 경우 현재 골목길등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사유지지만 서울시는 무단으로 점유한채 보상을 외면하고 있다.또 40년 총독부 고시 208호 에 의해 지정된 서대문구홍제동산33 안산자연공원내 38만평,종로구 인왕산자연공원내 5만3천9백여평의 사유지도 사실상 공원화돼 시민들이이용하고 있으나 토지보상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집단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손정목(孫禎睦)교수는 『일제의 조선시가지계획령은 서울을 식민 도시화하려는 정책에서 시작된 것인만큼조선총독부 시절의 도시계획이 보상이나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해제나 보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홍준.김영호.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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