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도울 후보간 1차 TV토론 평가-미국 대통령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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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클린턴 미 대통령과 도울 공화당후보간의 1차 TV토론은 무승부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상대방을 제압하는 드라마를 연출해낸 후보도 없었지만 뚜렷한 실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의 명수라는 클린턴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선거유세에서 보인 패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반면 평소 언론에 경직된모습을 자주 드러냈던 도울 후보는 유머섞인 답변과 재치로 분위기를 이끌었다.상대적으로 도울 후보가 선전한 셈 이다.
도울 후보는 이번 토론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최소한 전세를 역전시킬 수는 없더라도 그 계기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이었다.토론 자체에 대한 준비도 철저했지만 이른바 「기대심리자극 전략」을 구사하는 장외준비도 다져왔다.클린턴 이 토론에서도울 후보를 압도할 것이라고 기대를 한껏 부풀려 유권자들의 동정을 사려는 계산이었다.도울 측의 그같은 노림은 어느 정도 실효를 거뒀다.많은 이들의 「기대」처럼 클린턴이 도울을 압도하지는 못했고 그 결과 도울 측에 보다 많은 점수가 갔다.한 여론조사에서 도울이 생각보다 잘했느냐는 설문에 72%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이다.그러나 워낙 기울어진 대세를 만회할 계기가 됐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묘한 승부였다.
토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는 여전히 클린턴의 우세를 가리킨다.CNN의 조사는 클린턴 승리가 51%,돌의 승리가 32%로 나타났다.ABC방송의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51%에서 55%로 늘어난 반면도울은 41%에서 40%로 줄었다.
이렇다할 충돌없이 진행된 토론에서 두 후보는 예상된 질문에 준비된 답변으로 일관했다.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4년간의 업적을구체적 수치를 들어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했고 도울 후보는 4년전에 비해 과연 지금 상황이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지 국민들에게되물었다.모두 그동안의 유세에서 빠지지 않고 해온 말들이다.
클린턴의 약점으로 알려진 도덕성 문제에 대해 도울 후보는 꼬집어 말하지 않았다.국민들이 다 아는 클린턴의 약점을 그와 얼굴을 맞대고 끄집어내는 것이 득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그러나 적지 않은 분석가들은 이같은 전략이위험부담을 회피하느라 기회를 놓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권자들이 관심갖는 교육.마약.범죄.세금.복지정책이 토론의 주된 내용이었다.도울 후보는 클린턴행정부가 정부의 권한과세금을 모두 늘렸다고 공박했다.반면 클 린턴은 도울 후보의 간판 선거전략인 15% 세금감면은 현실성없는 달콤한 공약(空約)일뿐 공화당이 강조해 온 균형예산과 어긋나는 구상이라고 반박했다.외교정책에서는 이렇다할 논박이 없었다.다만 핵무장을 서두르는 북한에 대한 지나친 유화 정책은 원칙없는 임기응변적 외교정책이라고 비난하자 클린턴이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을 뿐이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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