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큰 병엔 별도움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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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S병원에서 최근 췌장암 치료를 받은 金모(53.여.경북김천시)씨는 진료비 1천3백32만원을 내느라 8백만원의 빚을 지고 시름에 빠져 있다.金씨는 의료보험으로 전체 진료비의 20%만 내기 때문에 돈이 크게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청구서를 받아보고 크게 실망했다.
청구서에는 전체 진료비 2천35만원중 의보에 포함이 안돼 환자가 전액을 내야 하는 항목(비급여)이 56%인 1천1백56만원으로 돼있었기 때문이다.비급여분 말고도 의보 본인부담금은 1백76만원.비급여는 특진(지정진료)비와 상급병실 (1~2인실등)료,식대,내시경등 검사료,방사선 치료료,투약및 주사료등이었다. 金씨는 『의료보험료는 매달 꼬박꼬박 내지만 큰 병을 앓으면빚까지 져야하니 의료보험은 빛좋은 개살구』라며 한숨지었다.

<관계기사 21면> 의료보험이 감기등 간단한 치료를 위해 병.의원을 찾을 때는 좋지만 입원이 필요한 병(病)등에는 비급여비용이 전체 진료비의 40%(서울대 보건대학원.보건복지부등 3차진료기관 조사 평균)에 이른다.여기에 의보 본인부담금까지 합치면 55~60%에 이르러 빈껍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더욱이최근 레이저.내시경수술등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새 의료기술의 대부분이 편법으로 비급여 처리돼 환자들의 부담은 점점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새 의료기술에 대해 정부가 시술병원을 지정한뒤 보험에 오를 때까지 진료비 일부를 지원해준다.
현행 의료보험체계는 성형수술등 일부 영역에만 비급여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으나 병원들은 자의로 비급여를 늘리고 있다.
비급여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병원들이 낮은 의료수가를 구실로비급여 개발에 열을 올리지만 정부가 감독을 제대로 않는데다 새의료기술등을 「제도보험권」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데서 비롯된다.
병원협회는 『수가가 너무 낮고 비현실적이어서 문닫는 병원이 생기는 상황에서 비급여 항목은 그나마 숨통을 터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양봉민(梁奉玟)교수는 국민의료비를 낮추려면▶보험료를 올려서라도 비급여를 줄이고▶지정진료.상급병실 차액을없애거나 줄이며▶새 의료기술등을 신속히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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