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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어느 중학교 ‘사랑의 매 허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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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선생님이 빗나간 학생들에게 사랑의 체벌을 할 수 있도록 동의해주세요.’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O중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최근 학부모들에게 보낸 ‘체벌 동의서’의 내용이다. 13일 O중학교에 따르면 현재 27학급(814명) 중 21학급에서 동의서 접수를 마쳤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체벌에 ‘동의’했고, 일부는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교 학운위는 교사·학부모·지역사회 대표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대로는 안 된다”=울산교육청에 따르면 O중학교는 인구 2만여 명의 작은 동네에 있는 까닭에 주민들이 학부모·선후배 관계로 얽혀 ‘누구 집 아이’라고 하면 성적·성격까지 줄줄이 꿸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달 초 이 동네의 초등학생 몇몇이 중학생들의 폭력·금품갈취에 시달린다는 소문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졌다. 소문을 캐보니 O중 1학년 학생들이 지목됐다. 이 학생들은 선배인 2학년 여학생의 강요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2학년 학생은 수업시간에 교사가 나무라면 동료들에게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욕을 하고 교실을 나가는 등 통제 불능이었다고 한다. 교사들은 “손끝도 댈 수 없는데 말만으로 지도하다가 봉변만 당한다”며 아예 학생지도를 포기하다시피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 학교 학운위 황홍근 위원장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 교사에게 대들어도 아무런 조치도 못하니 같은 반 학생은 물론 학교 전체로 그런 행동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 학교 학생인 자식한테 그런 얘기 들으니 앞이 캄캄하더라”고 말했다.

◆“사랑의 체벌 허용하자”=급기야 지난달 19일 9명의 학운위 위원 전원이 참가하는 회의가 소집됐다. 학교 측으로부터 실태 보고를 받은 학운위는 ‘선생님들의 사랑의 체벌을 허용함을 채택한다’는 등 8개 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곧이어 6명의 학운위원이 자필 서명한 결의문과 ‘체벌 동의서’를 전체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교사 대표 3명은 논란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제외됐다고 한다. 학교 측은 이 서류를 학생을 통해 학부모에게 전달하고 접수하는 창구 역할만 했다.

황 위원장은 “선생님들에게 문제 학생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지도하도록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지 무조건 체벌을 해도 좋다는 게 아니다”라며 “학부모들의 움직임만 보고도 이미 면학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얘기를 자녀한테서 듣고 있다”고 말했다.

O중 최재욱 교장은 “학부모들이 동의한다고 해서 법으로 금지된 체벌까지 할 교사는 없다”며 “다만 학생지도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학부모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의서를 보낸 학부모들은“학교운영위원회가 오죽하면 체벌을 허용하자고 하겠느냐. 교단이 바로 서고 학생들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학생이 빗나간다고 이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할 학교가 체벌을 허용해 달라는 비교육적인 내용의 동의서를 학생 손에 쥐여 학부모들에게 보낼 수 있느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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