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윤이상 관현악단 - 남한 연주자 첫 협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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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평양의 윤이상 관현악단과 남한 연주자가 최초로 협연한다. 윤이상 평화재단은 13일 “첼리스트 고봉인(23)씨가 평양에서 열리는 윤이상 음악회에 출연하기 위해 이날 방북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평양에서는 윤이상 관현악단이 출연하는 윤이상 음악제가 매년 10월 열리고 있다. 올해 공연은 15~17일 사흘간 열린다. 고씨는 이틀째인 16일 공연에 출연한다. 연주곡은 윤이상의 첼로 협주곡. 작곡가가 2년을 감옥에서 보냈던 기억으로 써내려 갔던 곡이다.

역시 남측 연주자인 지휘자 구자범(38)씨도 함께 방북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윤이상 평화재단 측은 “북측과의 사업에는 변수가 많아 이번 계획이 성사되기까지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말했다.

평양의 윤이상 관현악단은 1990년 창단 이래 매년 윤이상 음악제를 열고 있다. 윤이상의 작품은 물론 서양의 현대음악까지 폭넓게 연구·연주하는 곳으로, 다음달에는 스위스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2006년 고봉인씨와 지휘자 정명훈씨가 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계획을 세웠으나 북한의 핵실험으로 무산됐다. 이달 공연은 윤이상의 작품을 남과 북이 최초로 협연한다는 의미가 있다.

고씨는 ‘윤이상을 기억하며’라는 주제로 열렸던 2003년 제1회 경남국제음악 콩쿠르에서 윤이상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며 입상했다. 그는 이후 윤이상의 작품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현해왔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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