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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런 생길라” 주가 올라도 찜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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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금융계는 요즘 ‘펀드런(펀드 자금 대규모 환매 사태)’ 우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트림탑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뮤추얼펀드에서 주식형 435억 달러를 포함해 총 723억 달러가 인출됐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도 이달 들어 돈이 빠지고 있다. 13일 자산운용협회와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 946억원이 유출됐다. 8월 이후 국내 주식형으로 유입되는 돈이 줄더니 이달 들어선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선 주가가 반등하면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 펀드는 45% 이상이 적립식이어서 이탈이 많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여전히 강하다.

 
◆주가 반등 때가 더 위험=하나대투증권이 펀드로 자금이 몰리기 시작한 지난해 6월~올 9월 코스피지수 구간별로 유입된 자금을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이 기간에 투자된 총 26조원 중 24조원이 1650선 이상에서 유입됐다. 특히 1900~1949선에서는 9조원 넘는 돈이 펀드로 몰렸다. 1900~1949선에서 들어온 자금의 평균 손실률은 29%에 달한다. 펀드에 유입된 돈의 대부분이 원금의 5분의 1 이상을 까먹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손실 규모에 비하면 지금까지 자금 이탈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증시가 급락할 때보다는 오히려 반등할 때 환매가 나타났다. 2000년 시장이 고점 대비 35% 하락할 때 주식형 펀드로 돈이 들어왔지만 이후 반등 구간에서는 돈이 빠져나갔다. 2004년 지수가 28% 하락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꿈쩍 않던 돈은 시장이 오름세를 타자 이탈하기 시작했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대략 손실이 30% 수준일 때 투자자들의 환매 욕구가 나타난다”며 “특히 조정 폭이 크거나 조정 기간이 길어지면 투자자들의 손실 ‘인내도’가 약해지면서 이후 반등 때 환매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작아=전문가들은 그러나 펀드런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이달 들어 돈이 빠져나가기는 했지만 올 전체로 보면 8조원 가까운 돈이 펀드로 들어왔다. 더욱이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율(환매액/펀드자산)은 지난달 기준 2.5%로, 미국의 주식형 펀드 최근 1년간 월평균 환매율(2.3%)과 비슷하다. 박승훈 펀드분석팀장은 “적립식 비중이 45%에 달하고 다른 마땅한 투자처도 없기 때문에 펀드런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손실을 못 견디고 무작정 환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대열 팀장은 “과거 주가 추이를 보면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펀드런이 일어났을 때가 바닥이었다”며 “이후 반등 국면에서 펀드런에 휩쓸린 투자자만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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