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프리즘>"초록물고기" 어떤 영화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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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다음 세가지는 왜 이 영화가 충무로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우선 소설가로 90년대 초반 일정한 문학적 성과를 거둔 뒤 시나리오작가.조감독으로 변신,박광수감독 밑에서 영화수업을 치른이창동씨가 감독으로 입봉(데뷔)하는 작품이란 점.다음 문성근.
심혜진.한석규로 이어지는 황금 캐스팅과 촬영의 유영길감독(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등 충무로에서 알아주는 1급 스태프의 대거 참여.마지막으로 히트제조기인 강우석감독이 설립한 시네마서비스가 배급을 맡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96년 후반기 현재 충무로가 보유한 최고 무기들이 기획부터 최종 상영단계까지 총집결한 형국이다.이런 외형 속에 내용은 한층 더 주목을 끌만하다.기둥 줄거리는 조직폭력배 두목(문성근)과 그의 애인(심혜진),그리고 두목의 여 인을 사랑하는 부하(한석규)의 삼각관계.
그러나 전개방식은 전통적인 선악의 이분법을 완전히 탈피해 현실 속에 살아 숨쉬는 리얼한 인간상을 중층적으로 보여준다.지식인 이미지가 강한 문성근을 조직의 밑바닥에서 두목으로 올라서는잔혹한 깡패로 캐스팅한 것에서부터 고정관념의 파 괴를 지향하는영화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줄거리는 그 줄거리를 타고 흐르는 인물들의 다양한 삶의 무늬를 표현하는 도구이면서 그 자체로도 관객의 흥미를충분히 끌만한 요소로 채워져 있다.갓 제대한뒤 깡패단에 흘러든순진한 청년 한석규와 세파에 찌들려 있지만 한 가닥 순수에의 기대를 잃지않은 심혜진이 나누는 비련의 사랑이 그것이다.이렇게외면적으로 취한 대중적 구조를 내면적으로 깨뜨려 복합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2중적 형식이 『초록물고기』의 구도다.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이창동씨는 데뷔감독으로 서 흥행과 자신의 예술적 의도를 동시에 만족시킨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초록물고기』라는 제목은 얼핏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이미지의 대립을 통해 찢겨지고 분열된 한국의 가족사를 은유한다는 의미에서 채택됐다.충무로의 영화능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초록물고기』는 지난달 5일 크랭크인해 촬영중이며 연말 이나 내년초개봉 예정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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