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대표 對美 강도높은 발언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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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일 이홍구(李洪九)대표가 미국에 대해 대북강경조치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대북자세에 대한 정부.여당의 불만스런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李대표는 정부의 공식적인 대미외교 담당자들이 대미발언에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감안,집권당대표라는 정치적인 입장을 활용해 「한국정부의 마음」을 열어보인 것이다.
공비침투이래 미국이 보인 일련의 태도에 대해 청와대.정부.신한국당은 적잖은 문제의식을 갖고있는 것이 사실이다.여권관계자들은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이 공비사건에 대해 『모든 당사자들의자제』라는 표현을 한 것이나 미국이 한국계 미국 인 로버트 김의 간첩활동 혐의를 필요이상 부각시키고 있는 점등에 대해 비판스런 촉각을 세워왔다.
특히 2일 판문점 정전위회의에서 북한측이 자행한 협박을 미국이 「축소공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정부.여권인사들은 의구심을 갖고있다.
종합적으로 여권은 클린턴 행정부가 11월 미국 대선을 의식해한반도에서 문제거리를 원하지않고 있으며 이를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책기조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李대표는 회의에서 자신이 통일원장관을 두번 역임한 경험을 거론하면서 『이런 상황에선 무엇보다 한.미공조가 핵심』이라는 불변의 테마에서부터 출발했다.북한으로 하여금 환경을 냉철히 이해하게 하려면 북한이 외교중심을 두고있는 미국의 표 정이 중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도 미국의 역할이 충분치 않다』는 뜻을암시한 것이다.李대표는 크리스토퍼의 실언에 대해 특별히 언급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李대표가 정부측과 어느 정도 의견을 교환했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하지만 한 고위당직자는 『李대표가 구체적 정책방향을 협의하지는 않았겠지만 최소한 정서의 교감은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李대표의 언급으로 앞으로 북.미연락사무소 개설의 속도,미국의대북경제제재 완화의 진행방향등은 한.미 정부간에 더욱 민감하고중요한 의제로 등장하게 됐다.이 문제에 대해 야당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정부가 어떻게 외교력을 발휘할지 주 목된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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